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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준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수학이란 '넘사벽' 다루기

강홍준
논설위원
초등학생 아이의 공부를 봐준다. 수학이다. 우선 빨간 색연필을 손에 든다. 아이가 푼 답안과 문제집 뒤쪽 해답지를 비교해 ○표시를 주욱 해나간다. 문제집 해답은 아예 본 책과 분리돼 있어 비교하기가 편하다.

 “이 문제 틀렸어. 다시 풀어.”

 모든 문항에 ○표가 나올 때까지 아이는 풀고, 부모가 채점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런 순환 과정은 중학교 1학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중1 수학의 내용이 워낙 어려운 데다 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오면 모든 게 뒤죽박죽된다. 부모의 노고는 이제 끝. 수학 학원 강사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아이가 보통 초등 고학년~중1학년 때 대부분이 겪는 과정이다. 교육의 주도권은 사실상 가정에서 학원으로 넘어간다. 자녀 공부를 아내에게 맡겨두지 않고 용기를 낸 아저씨도 수학이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에서 주저앉고 결국 군말 없이 돈 내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최수일(전 세종과학고 입학사정관)씨는 결정적 순간이 다가오기 전에 이렇게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하루 30분만 시간을 내주세요. 그리고 틀린 문제가 아니라 맞았다고 동그라미 친 문제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하게 해보세요. 진짜 문제는 X표 문제에 있지 않고 ○표 문제에 있습니다. 맞은 문제를 설명하라고 하고 그 과정을 그냥 들어주면 됩니다. 아이가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 됩니다. 이렇게 중3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최 대표와 ‘학부모 수학교실’ 밴드(band)앱으로 연결돼 있는 서울 Y초등 4학년 엄마는 이런 글을 올렸다.

 “아이가 처음엔 설명하는 걸 어려워했어요. ‘네가 맞힌 문제지만 오늘 설명을 잘 못하겠으면 책 보고 해서 내일 다시 설명해다오’라고 기다렸죠. 이렇게 3주만 해보니까 아이가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지금 수학은 문제 풀이 수학이다. 문제당 2분 이내의 풀이 속도를 요구한다. 천천히 머리를 쓰면서 사고하는 걸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재미있을 리 없다. ‘아~’ 하는 깨달음이 있어야 재미있고, 그걸 설명하며 성취감을 느낄 텐데 이런 수고스러운 과정이 철저히 생략돼 있다. 스스로 공부하고, 답을 구하며, 그걸 논리적으로 설명하게 하는 습관은 학원이 절대 해주지 못한다. 스토리텔링 수학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와줄밖에. 

강홍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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