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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중국의 '길 잃은 철새'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지난해 말 칭다오·상하이·광저우(廣州) 등을 돌며 기업 현장을 취재했다.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싼 인건비를 노리고 진출한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소비자를 겨냥해 진출한 서비스업체들은 시장 개척에 활기찬 모습이었다. 중국 비즈니스에서도 ‘선수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문제는 퇴장해야 할 제조업체들이다. 쑤저우(蘇州)의 한 완구업체 사장은 자신이 ‘돌아갈 길 잃은 철새 같은 신세’라고 한탄한다. 공장을 계속 돌리자니 적자만 쌓이고, 동남아로 가자니 물류에 적합한 공단을 찾을 수 없고, 그렇다고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의 시름이 깊다. 다른 나라 기업들은 어떨까?

 지난해 미국 제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리쇼어링(Reshoring)’이었다. 해외, 특히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이 본국으로 회귀하는 현상이다. GE는 세탁기·냉장고 등 일부 가전을 옮겼고. 애플은 맥컴퓨터를 미국에서 생산키로 했다. 심지어 임가공 업체들도 움직인다. 케이넥스(장난감), 트렐리스(가방), 핸드풀(여성 속옷)…. 매년 20% 안팎에 달하는 중국의 임금인상, 셰일가스 혁명이 부른 미국의 비용절감 등이 만든 현상이다. 여기에 월마트가 거들었다. 월마트는 지난해 8월 “향후 10년 동안 500억 달러어치의 미국 제품을 사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제조업 부흥’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표시다.

 일본 기업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은 반일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이미 시작됐다. 중국을 버린 일본 기업들이 둥지를 튼 곳은 동남아다. 정부의 역할이 컸다. 일본은 동남아 각국의 산업공단 조성에 자금 원조를 아끼지 않는다. 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 등에는 여지없이 ‘일본 공단’이 좋은 목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서 동남아로 남하(南下) 중이다.

 1990년대 중국의 부상은 글로벌 생산체계를 재편했다. 약 4억 명의 저임노동자들이 만든 상품은 서방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2001년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은 ‘세계공장’이 됐다. 그 공장이 지금 흔들린다. 임금 급등, 위안화 평가절상, 환경오염 등으로 중국 제조업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는 공장을 시장 옆으로 가게 한다. 미국의 ‘리쇼어링’, 일본 기업의 ‘남하’, 우리 기업의 ‘선수교체’가 그래서 생긴 현상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에서 만들자(Make it in America)’는 캠페인으로 이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동남아 산업공단으로 ‘포스트 차이나(중국 이후)’를 준비한다. 우리는 어떤가. 해외로 갔던 기업을 국내로 끌어들이기는커녕 잘나가는 대기업마저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는 형편이다. “이러다 혹 우리 경제 전체가 ‘돌아갈 길 잃은 철새’ 신세가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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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