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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이석기의 RO, 보통 조직은 아니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가끔 혼자 산에 간다. 1박2일로 ‘빡세게’ 걷고 싶으면 설악산의 공룡능선~서북능선을 찾곤 한다. 그래서 이석기 RO 경호팀의 혹한기 산악훈련 뉴스가 더 없이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 현장이 바로 설악산 서북능선이다. 한 네티즌이 “서북능선이 험하다니 말도 안 된다.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가는 매우 쉬운 코스”라며 화를 냈다. 열띤 추천이 줄줄이 달리고, “나도 처음 그쪽으로 대청봉에 올랐다”는 체험성 댓글이 꼬리를 물었다.

 한마디로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서북능선은 대청봉~대승령의 12.7㎞에 이르는 긴 코스다(그림참조). 보통 새벽4시쯤 중청대피소를 떠나 12시간 가량 강행군을 해야 한다. 십이선녀탕 계곡을 거쳐 해 떨어지기 전에 남교리에 닿으려면 다른 방도가 없다. 인터넷의 댓글처럼 한계령삼거리~대청봉의 동쪽 구간은 그야말로 고속도로다. 항상 산객들로 북적거린다. 반면 RO경호팀이 걸어간 한계령삼거리~대승령의 서쪽 구간은 완전 딴판이다.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이 코스에 익숙한 산꾼이라면 RO경호팀의 ‘총화서’에 나오는 “서북능선에서 훈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대목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서쪽 구간은 워낙 험해 인적 자체가 드물다. 대표적인 난코스가 귀떼기청봉의 너덜지대(돌이 흩어진 비탈)다. 자칫 발을 삐끗하면 다친다. 감투봉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철제계단도 힘을 쏙 빼놓는다. 여기에다 서쪽구간은 탈출로가 거의 없다. 악천후를 만나면 후퇴하든지 5시간 넘게 계속 가야 한다.

 서북능선에 도사린 진짜 위험은 따로 있다. 물과 바람이다. 여름철 서쪽구간은 햇볕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3~4L의 물을 갖고 가야 탈수증을 막는다. 물 구경을 하려면 귀떼기청봉에서 상투바위골이나 도둑바위골로 한참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말라붙어 있기 일쑤고, 길이 워낙 험해 찾기도 어렵다. 겨울엔 저체온증이 겁날 만큼 온몸에 칼바람을 맞는다. 오죽하면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고 귀떼기청봉일까. 당시 이들의 불법산행을 단속한 국립공원 직원은 “진눈깨비가 내리고, 과태료 통지서를 끊는데 손이 얼어 글씨를 못 쓸 만큼 추웠다”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팀의 리더는 설악산을 너무 모르거나, 아니면 정말 잘 안다는 점이다. 4월 초순이면 설악·지리산은 산불 예방을 위해 문을 닫는 게 상식이다. 여기에다 서쪽구간은 텐트를 치거나 비박이 어려운 곳이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그냥 통과하는 구간이다. 그럼에도 RO 경호팀이 지난해 4월 5~6일에 서쪽구간을 탔다? 그것도 1박2일로? 10년 넘게 설악산을 누빈 전서화 전 구조대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산행”이라 고개를 저었다.

 이석기 공판이 불을 뿜고 있다. 제보자가 비밀회합을 몰래 녹음한 파일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과연 공안당국의 ‘종북몰이’인지, 아니면 진짜 내란을 음모했는지 필자는 모른다. 또한 RO 경호팀이 이틀간 서북능선에서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공안당국의 주장대로 육탄방어를 위한 산악훈련을 했는지, 아니면 길을 잘못 들어 1박2일로 헤맸는지….

 다만 이석기의 RO조직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남의 눈을 피해 20여 명이 떼지어, 그것도 영하의 추위 속에 1박2일로 서북능선을 탄 것은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히말라야 원정대급 장비에다 극(極)동계 알파인 기술을 갖춘 전문가가 아니라면 목숨을 건 무모한 산행이었다.” 30년간 서북능선을 오르내린 이창근 남설악 구조대장의 말이다. 재판부도 진실을 알고 싶다면 한 번쯤 서북능선에 가보았으면 한다. 귀떼기청봉에서 30분만 칼바람을 맞아보면 깨달을 것이다. RO경호팀의 산행이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고난의 행군’과 다름없었음을….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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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