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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들었다 놨다 … 아이가 쑥쑥 자라요

정우열 전문의(정신건강의학과)가 첫째 딸 은재를 등에 태우고 놀아주고 있다. 은재는 스스로 중심을 잡으며 아빠의 등 위에서 신나게 논다.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린 아빠 정우열(35) 씨 등에 딸 은재(21개월)가 올라탄다. 아빠가 앞뒤·좌우로 몸을 움직이자 은재는 조막만한 손으로 아빠의 옷을 꽉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집중한다. 은재의 몸이 한순간 옆으로 기우뚱거렸지만 이내 스스로 중심을 잡는다. 뒤뚱뒤뚱 움직이는 아빠 등 위에서 은재는 손뼉을 치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아빠가 “그만 놀자~”라며 내려놓으려 하자 은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더 놀자고 조른다.

육아에서 ‘아빠의 힘’은 대단하다. 아빠의 힘을 활용하는 신나는 놀이는 성장기 아이에게 신체·정서발달을 돕는 플러스알파(+α)다. 중앙일보는 신년특집으로 아빠가 참여하는 지혜로운 양육법을 연재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정우열 전문의(유은정의 좋은클리닉·『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의 저자), 건양대병원 김종엽 교수(이비인후과·『의사아빠 깜신의 육아시크릿』), 의정부성모병원 김영훈 교수(소아청소년과·『엄마가 모르는 아빠효과』)가 기획에 참여했다. 두 번째 주제는 아빠와 함께 하는 신체놀이다.

은재가 아빠와 뿅망치 놀이를 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아빠와 신체놀이, 체력 기르고 몰입의 힘 키워

‘세 살 때 건강이 여든까지 간다’. 어릴 때 만들어진 건강한 신체와 생활습관은 평생 건강의 주춧돌이다. 김영훈 교수는 “아빠와의 놀이가 엄마와 다른 점은 아빠가 가진 힘과 과감함”이라며 “성장이 왕성한 유아기에 건강한 신체발달을 돕는다”고 말했다.

아이는 아빠를 정글짐처럼 이용한다. 등에 기어올랐다가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오고, 머리 위에서 빙빙 돌려달라고 한다. 김영훈 교수는 “성장기의 활발한 움직임은 몸의 크고 작은 근육을 발달시키고, 모세혈관·근골격계·심폐기능을 튼튼하게 한다”고 말했다. 유아기에 앉아만 있는 비활동적인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소아비만 같은 질병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체력뿐 아니라 신체를 조절하는 운동감각도 배운다. 김영훈 교수는 “성장에 관여하는 신경회로는 몸에 들어온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발해진다”며 “뇌로 전달되는 신호가 많을수록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신체 움직임과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아빠와의 역동적인 놀이는 신체발달뿐 아니라 몰입의 힘을 길러주는 원동력이다. 아이들은 아빠와 놀때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쓴다. 그러면서 계속 아빠와 놀겠다고 보챈다. 즐거워서다. 정우열 전문의는 “몸을 쓰는 놀이에 서툰 엄마보다 아빠가 더 재미있게 놀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놀이를 예로 들면 민첩성과 공간지각 능력, 눈과 손의 협응력이 뛰어난 아빠는 공이 날아올 때 순간적으로 손을 올려 공을 받고, 날아오는 공을 눈으로 따라가며 속도와 위치를 예상해 그 위치에 맞게 손을 내민다. 리듬감 있게 반응하는 아빠와 놀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집중한다. 김 교수는 “씨름·레슬링 같은 시합을 접목시켜 아이가 이기는 경험을 하게 해주면 성취욕을 자극하는 행복호르몬인 도파민이 발생해 놀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초등학교에서 체육시간마다 5분씩 씨름을 하게 한 결과,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향상됐다. 말뚝박기나 줄다리기로도 같은 효과를 얻었다. 김영훈 교수는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 심신의 흥분이 정점에 달하는 시간을 갖게 함으로써 그 뒤 정적인 시간에도 아이 집중력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동적인 흥분과 정적인 이완이 순환하는 것이다.

바쁘지만 20분이라도 몸 부딪치며 놀아야

신체를 충분히 쓰면서 활발히 놀면 아이는 쌓여있던 에너지를 발산한다. 김종엽 교수는 “놀이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라며 “하루동안 경험한 부정적인 감정을 신체활동을 통해 해소한다. 이는 성장하면서 감정조절을 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이가 갖고 있는 공격성이나 에너지를 감당하기 어렵다. 김종엽 교수는 “아이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해지면 공격 성향이 커지거나 난폭한 행동을 보이기 쉽다”고 말했다. 반면 아빠는 엄마보다 힘과 체력이 좋아서 아이가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사용해도 충분히 받아줄 수 있다.

단, 결과를 목적 삼아 놀이에 임하면 안 된다. 정우열 전문의는 “부모가 흔히 범하는 실수는 놀이를 학습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욕심을 부리는 순간 아이는 놀이 자체에 흥미를 잃게 돼 놀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많은 효과를 놓친다”고 말했다

시간과 일에 쫓기고 지쳐 피곤한 몸으로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아빠 육아에 있어서 중요한 건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이라고 강조한다. 김종엽 교수는 “시간이 없다면 그림책을 읽어주는 대신 단 20분만이라도 아이와 몸으로 부딪치며 최선을 다해 노는 것을 추천한다”고 권했다. 그는 이어 “아빠는 바쁘지만 나를 사랑하고, 내가 필요할 때 곁에 있어줄 준비가 돼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면 아빠 육아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우열 전문의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고, 머리가 피곤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걷기는 기본이 되는 운동이고, 아이도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기를 좋아한다. 아빠도 몸이 개운해지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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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