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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장성세가 초래한 비극

<16강전> ○김지석 9단 ●판윈러 4단

제4보(38~48)=전보의 마지막 수인 흑▲는 호쾌한 수였습니다만 백을 쥔 김지석 9단의 눈엔 ‘선을 넘은 수’로 비쳤습니다. 그는 한참 숙고하더니 38로 깊숙이 침투했습니다. 이건 ‘삭감’이 아니지요. 흑진을 근본적으로 파괴하겠다는 겁니다. 본시 이런 강수는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합니다. 바둑이 엷어지며 공격당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그게 싫어 이창호 9단의 경우 멀찍이 삭감하는 것을 좋아했지요.

 한데 만약 38 같은 강수가 아무 고통 없이 통한다면 어찌 될까요. 그건 흑엔 재앙과도 같은 일이 됩니다. 판윈러 4단은 39의 공격을 선택합니다. ‘참고도1’ 흑1, 3이 좀 더 강한 공격법이긴 하지만 지금은 백4가 안성맞춤이어서 전혀 공격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39 역시 신통치 않군요. 김지석은 여유 있게 40까지 선수한 다음 타개에 나서고 있습니다.

 42에 대해 ‘참고도2’ 흑1로 막는 것은 백2로 부풀려 6까지 패가 되는데 백엔 A의 근사한 팻감이 있네요. 할 수 없이 43의 급소를 먼저 차지해 보지만 48로 궁도를 넓히고 나오니 공격이 안 됩니다. 결국 흑▲에 대해 질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허장성세였다는 거죠. 애당초 39 쯤에 지켰으면 다 집인 것을 품을 크게 잡는 바람에 진영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다는 거죠. 프로들은 살려준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40까지 한 방 당했다는 것을 더욱 아파하는군요. 이게 프로와 아마의 차이겠지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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