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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높아진 중국 … 브랜드 콧대 더는 안 통한다

중국 서부 지역의 자동차는 거친 들판과 산길을 달려야 한다. 튼튼하면서도 도로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타이어라야 한다. 충칭에 진출한 한국타이어는 이 같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버스·트럭용 타이어를 개발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충칭=김형수 기자]

베스트바이(전자), 홈데포(건축자재), 테스코(종합유통), 미디어마켓(전자)…. 지난 한 해 중국에서 철수한 세계 메이저급 유통업체들이다. 이들은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보따리를 쌌거나, 싸고 있다. 미국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레블론(Revelon)도 중국 사업을 포기했고, 세계 최고 화장품 브랜드라는 로레알은 중저가 ‘가르니에’의 중국 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이들을 내몬 장본인은 중국 소비자들이다. 그들은 이제 서방의 유명 브랜드라면 무조건 좇는 ‘브랜드 맹신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 또 다른 소비혁명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해 말 방문한 칭다오(靑島)의 롯데마트 산둥루(山東路)점.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임에도 마트 정문에는 쇼핑바구니를 든 손님 100여 명이 몰려 있다. 오전 7시, 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뛰었다. 1층 상가를 지나 계단을 타고 2층으로 내달렸다. 그들이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곳은 식품코너. 신선 식품을 사기 위한 ‘새벽 질주’였던 셈이다. 롯데마트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점장(총경리) 유펑(尤鋒·41)씨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아침 일찍 갈수록 더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셔틀버스 8대가 시내를 돌며 손님들을 모아 온다”고 말했다. ‘새벽 러시’가 철저하게 기획된 이벤트였다는 얘기였다. 그에게 ‘브랜드 파괴’ 현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자 ‘중국화’라는 한마디 답이 돌아왔다. “무늬만 중국식으로 바꾸는 ‘현지화’가 아닌 중국인들의 생활 속으로 직접 파고드는 ‘중국화’에 길이 있다”라는 얘기다. 주부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시내 주요 아파트의 부녀회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단다. 롯데마트가 107개 매장의 점장을 모두 중국인으로 앉힌 것도 중국화 방안이었다. 유 점장 밑에서 기획·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송승원 부총경리는 “1펀(分·약 1.3원) 차이에도 고객의 발길이 달라질 정도로 이곳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며 “그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행동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화장품 업계도 ‘브랜드 우상 파괴’라는 소비혁명은 커다란 도전이다.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고급 브랜드가 진을 치고 있는 백화점을 벗어나 로드숍(거리매장)에 승부를 걸었다. 상하이 유명 쇼핑가인 푸저우루(福州路)에 자리 잡은 ‘이니스프리’ 매장은 그중 하나. 김승수 부총경리는 “이니스프리 로드숍 매장은 ‘젊은 여성들이 놀다 가는 장소’라는 컨셉트로 꾸미고 있다”며 “소비자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신선식품을 사기 위해 새벽 일찍 모여든 칭다오 주민들이 롯데마트 식품코너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다.
 소비유통뿐만 아니다. 제조업체 역시 ‘중국화’ 전략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핵심은 중국인만을 위한 생산, 즉 ‘메이드 온리 포 차이나(Made only for China)’ 전략이다.

 2010년 충칭(重慶)에 진출한 한국타이어는 최근 내륙 지형에 적합한 튜브 없는 ‘BTR(버스트럭용 타이어)’을 개발했다. 중국 서부의 거친 들판을 달려도 끄떡없는 제품이다. 이 회사 장맹근 공장장은 “본사와 현지 연구개발(R&D)인력이 협업해 서부 중국인만을 위한 제품을 개발했다”며 “현재 하루 2500개의 BTR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2기 공장도 짓는다. 국내에서 성공한 모델을 중국으로 확산(spillover)하는 데서 벗어나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국인만을 위한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 현지 기업인들은 “중국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현지 인재 채용이 필수”라고 말한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충칭 현지법인인 홀리옵틱스는 지난해 생산성을 단번에 3배 이상 끌어올렸다. 생산기술 혁신을 통해 같은 설비를 갖고도 휴대전화 카메라렌즈 생산량을 월 350만 개에서 1200만 개로 늘렸다. 중국 기술자 덕택이다. 염중칠 총경리는 “중국 전역을 돌아 확보한 5명의 최고급 인재가 기술개발의 주역”이라며 “현지 스마트폰 생산업체를 향한 마케팅 역시 현지 인력 몫”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SK양극재 충칭 현지법인은 아예 인사·노무 관리를 중국인 책임자에게 맡기고 있다. 기술인력에 대한 임금도 현지 경쟁업체들에 비해 10~20% 더 주고 있다. 김영철 SK양극재 총경리는 “회사가 인재를 중시하고 가족처럼 대해 준다는 인식을 갖게 되자 직원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중국과 하나 되기’는 GE차이나에서도 읽을 수 있다. GE상하이 본부에 들어가니 복도에 ‘ICFC’라는 슬로건이 보였다. 리궈웨이(李國威) 대외협력 책임자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일한다(In China for China)’라는 뜻이라며 "그게 바로 우리가 쓰촨성 청두의 오지에 ‘고객혁신센터’를 만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중국 농촌에 필요한 맞춤형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중국에서 콧대 높기로 유명했던 GE마저 현지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특별취재팀=김광기·한우덕·조현숙·채승기·조혜경 기자,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연구원
◆중앙일보·한국무역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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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