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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문제 없다면 원격재판은 왜 안 하나" 반발

의사협회 파업의 쟁점은 두 가지다. 원격진료 제도와 영리 자(子)회사 허용 문제다. 갈등의 대상을 놓고 의사와 약사, 의사와 한의사, 약사와 한의사 등이 치열하게 싸운 것이 과거의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엔 예외적으로 세 직역이 뜻을 같이한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보다는 명분이 약한데도 이번에 의협이 파업 예고 등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이런 외부 지원을 믿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각 의료 관련 단체별로 미묘한 차이는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0만 명의 의사들이 회원인 단체다. 이 중 3만5000명은 개원의고 3만4000명은 병원에서 일하는 ‘월급쟁이’ 의사다. 만약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이 중 1만6000명가량인 전공의와 2000명가량인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회원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주변에선 전망한다. 노환규 현 의협 회장이 전의총의 첫 대표였다.

 의협은 정부와의 협상 의제로 보건의료 정책, 건강보험제도 개선, 전공의 처우 개선, 기타 의료제도 개선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수가 인상 등 건강보험 개혁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논의하겠다며 뒤로 미뤘다.

 의협은 원격진료와 영리 자회사 허용에 모두 반대하지만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은 원격진료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환자와 의사 간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원격진료 전문의원과 수도권 대형병원은 대박 날 것이지만 동네의원, 특히 지방 병·의원은 몰락하게 될 것”이며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들의 합병증 조기 발견과 예방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격의료 허용 문제=원격의료와 원격진료란 용어가 함께 사용되고 있지만 의협이 반대하는 것은 원격진료다. 원격의료는 원격진료 외에 원격 모니터링·원격 자문까지 포함한다.

 원격진료에 대해선 의협은 물론 의료계 전체가 반대 일색이다.

 연세미소내과의원 남준식 원장은 “의료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원격진료 허용 논리라면, 판사도 민원인과의 접근성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원격으로 판결해도 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약사회 강봉윤 홍보이사는 “정부는 원격진료제가 도입돼도 의약품 택배 배송을 금지한다곤 하지만 결국은 택배가 허용될 것”이라며 “택배 배송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상의 기형적 약국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부위원장은 “원격의료는 의사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교통이 발달해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 의료 환경엔 맞지 않는 제도”라며 “국토 면적에 비해 의사 밀도가 낮은 미국·캐나다, 섬이 많은 일본·핀란드 등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병협)는 기본적으론 반대, 조건부 찬성 입장이다.

 병협 나춘균 대변인은 “원격진료 대상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 ‘증상이 가벼운 사람’ ‘장애인’ 등 막연한 표현을 구체화한다면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리 자회사 문제=병협은 848개 의료법인이 회원인 단체다. 14일 병협은 영리 자회사 설립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의료법인 간 합병 허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병협 나 대변인은 “영리 자회사와 영리 병원과는 무관하다”며 “자회사에선 번 돈이 의료법인에 들어온 경우 이를 의료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리 자회사 이슈에서 의협과는 상반된 주장을 편 것이다. 그러자 16일 의협은 “병협의 애처롭고 안타까운 입장을 이해한다”며 냉소적인 논평을 냈다. 또 “병원에 소속된 의사들은 의협 회원이며 병협은 의료인 단체나 의사 단체가 아니다”라며 “의료계의 내분이란 (언론의) 표현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엄밀히 말하면 영리 자회사는 의료법인의 문제로 개별 의사들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적다. 병·의원의 경영난을 의료 수가를 현실화해 해결하는 방식 대신 영리 자회사 허용 등 다른 경로로 우회하려는 정부 태도에 대한 의협의 불만이 깔려 있다.

 치협은 영리 자회사 허용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현재 치과 체인인 유디치과와 치협이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치협 김철신 정책이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영리 자회사는 치과 체인을 더욱 부추기고 합법화하는 방안”이라며 “치과 체인, 즉 기업형 사무장 병원이 늘면 정상 치과 병·의원들도 이들과의 과당경쟁에 내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형 사무장 병원은 여러 개의 치과 병·의원을 명의 대여 방식으로 운영하며 수익을 취하는 의료기관이다.

  김 이사는 “영리 자회사는 영리 병원의 전(前)단계나 위험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영리 병원”이라고 주장했다.

 약사회도 영리 자회사 허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영리 법인 약국 허용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고 봐서다.

 의료법인이 의료기기·약품 등을 제조하는 영리 자회사를 만든 뒤 자신들이 세운 또 하나의 자회사인 체인식 영리 법인 약국에만 독점 공급해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것. 원격진료의 핵심인 스마트 바이오칩을 영리 자회사에서 만든 뒤 같은 계열 자회사인 영리 법인 약국에만 독점 공급하면 주변 약국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한의사협 김지호 기획이사는 “병원의 영리 자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이익을 배당하는 통로가 될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영리 자회사가 모병원의 자금 조달과 이익 배당의 통로로 활용되면 병원 자체가 영리 병원화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회원 수(면허발급자 수 31만 명)로만 보면 국내 최대의 의료인 단체인 대한간호협회의 김원일 정책전문위원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문제는 간협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간호사협회는 15일 의약단체장 간담회에서도 이달 27일 예정된 출정식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박태균 중앙선데이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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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