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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자 관리엔 유용, 초진 환자 진단은 아직 불안"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 허용을 놓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3월로 예고된 의사협회 총파업에서도 원격의료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 주장대로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일 대안이 될 것인가, 의사협회의 우려처럼 국민건강권과 의료 공공성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인가. 2000년부터 원격의료사업을 해 온 강원도와 2009년 이후 도서지역 원격의료시스템을 안착시킨 충청남도에서 해답을 찾아봤다.

지난 16일 오전 강원 춘천시 교동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이곳에 있는 강원도 만성질환관리센터는 도내 242개 보건기관과 4개 대학병원이 연결된 강원도 원격의료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마침 센터장 안무업(52) 교수가 횡성군 하대리 진료소와 원격진료를 하고 있었다. 환자는 만성 고혈압을 앓고 있는 임순녀(57·여)씨. 임씨는 감기몸살로 진료소를 찾았다.

 “감기몸살은 좀 어떠세요?”(안 교수)
 “약 먹었더니 많이 나았어요. 아직 기침이 좀 나요.”(임씨)
 “좋아지실 겁니다. 혈압관리도 중요하니까 약 잘 챙겨 드세요.”(안 교수)

 진료를 마친 안 교수에 대해 원격의료의 장점과 한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원격의료는 선별된 조건에서 신중하게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원격의료를 해 오면서 만성질환자와 경증환자의 질병관리에 효과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가 꼽는 이상적 원격의료시스템은 일종의 ‘주치의’ 개념이다. 병원에 오기 힘든 환자들에게 ‘늘 보는 의사’가 있는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의미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를 실시 중인 캐나다·호주에 비해 우리나라의 병원 접근성이 높아 원격의료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료소외를 물리적 거리로만 따질 수는 없다. 보통 사람의 1시간 거리가 노인이나 장애인에겐 한 달 거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신체적·경제적 거리 개념으로 봐야 한다.”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사들은 오진 가능성을 우려하는데.
 “우선 원격의료는 만성질환자의 질병관리를 돕는 원격 모니터링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초진(初診) 환자의 진단이나 처방전에 초점을 맞추면 위험할 수 있다. 질병관리에 초점을 맞춰 공공의료 영역에서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를 해 보고 점차 민간영역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원격의료만으로 진단이나 처방은 어렵단 말인가.
 “원격의료를 앞서 시행한 외국에서도 평생질병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성공사례도 많다. 실제 강원도 원격의료에서 고혈압 환자의 지속투약률과 조절률은 일반 병원 이용환자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았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진단이나 처방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데, 원격진료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왜 의사들이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을 믿지 못하는 건가.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10년 전 처음 원격의료 얘기가 나왔을 때에는 정보기술(IT)에 바탕을 둔 산업적 접근을 했다. 그런데 막상 허용할 때가 되니 산업 얘기는 뒤로 빠지고, 마치 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워주는 것처럼 강조하는 거다. 정부가 ‘공공’보단 ‘영리’에 관심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일선 의사들, ‘원격의료=민영화’ 의심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10월에 입법예고했던 의료법 개정안 가운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부분을 수정했다. 원격의료 합법화가 가시화되자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정안에는 원격의료 전문기관 개설 금지를 명문화하고, 주기적인 대면(對面) 진료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였지만 의사협회는 ‘원격의료 허용 불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논리는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한다. 의료법 개정안이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했다는 점도 의심을 부추긴다. 개정 의료법이 공공성보다 영리에 관심을 갖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원격의료가 민영화와 관련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3월 파업을 선언한 의협은 ‘원격의료=민영화’ 주장에 대해선 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민영화 논쟁보단 ‘국민 건강권’과 같은 보편적 명분을 앞세우는 것이다.

 의사협회 방상혁 비상대책위원회 간사는 “일부 의사가 개인적으로 민영화 반대 논리를 주장한 경우는 있겠지만 우리는 민영화가 아니라 ‘영리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격의료 반대는 의사로서의 양심과 환자의 건강권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덧붙였다.

 개별 의사들은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의심을 감추지 않는다. 의료법 개정안이 ‘동네 병원’에만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지만 언젠가 진입장벽을 없애 대형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인병원 원장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개인병원이 수백만원에 달하는 원격의료 장비에 새로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원의도 “3차 의료기관 쏠림 현상이 높은 상황에서 원격의료시장의 진입장벽이 무너지면 ‘동네 병원’이 경쟁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격오지·특수근무자 원격의료엔 이견 없어
지난해 3월. 경찰병원 고영택 외과과장은 독도경비대로부터 긴급 원격진료 요청을 받았다. 이틀 전 근무교대로 독도에 들어간 전경대원이 갑자기 호흡이 빨라지고 의식이 혼미해진다는 거였다. 원격의료시스템으로 본 환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호흡수는 분당 40회(12~15회가 정상)가 넘었고 낯빛도 창백했다.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흐렸다.

 공황장애로 과호흡 저탄소혈증이 의심됐다. 고 과장은 서류봉투를 입에 대고 내쉰 숨을 다시 들이마시게 하는 ‘봉지호흡법’을 시연해 보인 뒤 환자에게 반복할 것을 지시했다. 5분여 만에 환자의 상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고 과장은 “섬 지역, 깊은 산 속에 사는 사람이나 군인과 수감자, 장애인이나 치매노인처럼 병원에 가기 힘든 경우 원격의료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병원은 2009년 보건복지부, 경상북도와 함께 독도경비대-병원 간 원격의료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이 없었다면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헬기로 이송하는 수밖에 없다. 비용은 물론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의사협회도 독도경비대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 행위를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전국에서 실시 중인 원격의료 시범사업 가운데 혈압, 혈당계 등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고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가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곳은 독도경비대가 거의 유일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환자-의사 간 직접 원격진료가 불법이기도 하지만 본격 허용에 앞서 시범사업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오는 22일 ‘의료발전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도 당정협의를 하고 현재 1년6개월로 돼 있는 원격의료 유예기간의 연장을 검토하는 등 ‘유화 제스처’로 화답했다. 14년 만의 의사 총파업이 현실화할 것인가. 정부와 의사협회가 의료의 공공성과 의료서비스 접근성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온라인 중앙일보·중앙 선데이
이동현 기자, 박성의 인턴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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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