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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출신만 병역 혜택 … 자격증 딴 피해자들 줄소송 준비

지난 13일 대전의 병무청 앞에서 산업기능요원 기준 변경에 항의하는 지원자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다.
전문대 정보기술(IT) 학과를 졸업한 뒤 관련 업계에서 근무 중인 이재경(26)씨는 올해 현역 입영 대상자가 됐다. 군복무를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근무할 수 있도록 했던 제도가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 이 회사에 취업을 하면서 ‘올해는 산업기능요원이 다 찼기 때문에 내년부터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특성화 고교를 자퇴한 뒤 정보통신 관련 회사를 창업한 전수열(21)씨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씨는 “특성화고를 졸업하지 않아도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관련 업종에서 일하면 산업기능요원에 지원할 수 있다는 병무청의 말만 믿고 회사를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제도가 바뀌면서 현역으로 입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준비해 온 ‘산업기능요원’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제조·생산 인력으로 근무하는 대신 군복무를 면제받는 제도다. 현역 입영대상자는 34개월, 보충역은 26개월 동안 복무하도록 돼 있다. 올해 배정된 인원은 8000명. 하지만 병무청이 지난해 12월 9일 “2014년 1월 1일부터는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 출신들만 산업기능요원으로 선발키로 했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해당 고등학교 출신을 우선 선발하는 데 그쳤지만, 6개월 만에 대학생을 완전히 배제시킨 것이다. 마이스터고 출신을 배려하겠다는 정부의 입장 때문이다. 여기에 산업기능요원이 병역비리의 온상처럼 비춰지자 병무청이 나서서 기준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씨와 전씨 모두 마이스터고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기능요원 입대는 물 건너갔다. 이들처럼 하루아침에 군 복무 계획이 바뀐 청년이 많다. ‘준비만 몇 년, 제도 바뀐 건 하루아침’이라는 푸념도 이어졌다. IT 특례를 준비하기 위해 기존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산업 부문 자격증을 따느라 1년10개월을 준비했다는 박찬긍(22)씨는 “병역 기피가 아닌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숨 쉴 틈 없이 준비해왔는데 법률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대책위원회 카페가 만들어졌고 현재 이곳에는 1000명이 넘는 회원이 모였다.

사태는 결국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기능요원 인원배정 결과 알림에 대한 대책위’ 카페를 개설한 이재경씨는 이달 20일께 카페 회원들과 함께 행정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IT 업체에서 병역특례를 마친 변호사까지 섭외했다. 카페 회원 가운데 30여 명은 이미 행정심판도 신청한 상태다. 지난 13~14일에는 대전에 있는 병무청에 대여섯 명씩 몰려가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씨는 “병무청 관계자가 내게 ‘사람들 선동 그만하라’는 말만 해왔다”고 주장했다.

산업체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게임과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익명을 요구한 유명 게임업체 관계자는 “능력 좋은 병역특례 자원 채용은 사실상 포기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보충역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큰 회사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고 인력이 필요한 회사들은 정작 여유가 없어 보조해 줄 여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병무청은 당분간 마이스터고 출신만 뽑는다는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행정심판소송이 계속해 들어오고는 있지만 제도 변경과 관련해선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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