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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첨단시대 마음의 병

보다 세련된 최신 전자기기를 몸에 찰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생활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진다. 정보뿐 아니라 이제는 몸과 몸을 둘러싼 환경의 질 차이가 더 뚜렷해진다. 나노(nano) 기술과 줄기세포 연구의 발달로 병이 나면 즉각 장기를 바꿀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건강, 또 모든 사물들과 연결하는 몸에 장착된 중앙 제어 장치의 차이가 확연해진다.

두 부부를 예로 들어보자. 테크놀로지를 충분히 이용하고 건강서비스를 잘 받는 넉넉한 부부의 경우 퇴근길에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wearable·착용하는) 기기에 말만 하면 에어컨을 켜 주고 센서가 장착된 오븐 속 음식이 요리되며 혈당과 혈압을 재 준다. 자신들이 집안에 없어도 보일러를 끌 수 있으니 전기세나 가스비가 절약된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맛있는 밥을 먹고 쉴 수가 있으니 비싼 외식을 할 필요가 없다. 또 걸어만 놓으면 자동적으로 다림질까지 완성시켜 주는 세탁기와 집안 전체의 먼지를 빨아들여 자동으로 청소해 주는 기계가 있으니 배우자에게 특별히 짜증을 낼 필요도 없다.

일러스트 강일구
반대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아 하이테크의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다른 부부를 가상해 보자. 당장 고가의 하이테크 기기들을 살 수 없다. 집에 도착한 뒤 보일러를 켜면 너무 춥기 때문에 하루 종일 히터를 틀어 놓아 전기세와 가스비를 조금씩 더 지불한다. 자동화된 조리기기도 없다. 당장 귀찮으니 싸구려 음식을 사 먹게 돼 영양 상태가 나빠지고 폐렴·장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릴 확률도 높아진다. 세탁·청소·조리 등을 모두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다 보니 가사에 시달려 생산성이 떨어진다. 결국 질 높은 일자리는 넘보지도 못하게 된다.

20년 후의 가상 시나리오다. 이미 인터넷·스마트폰 등 각종 기기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가 그 사람의 능력과 삶의 질을 결정하고 있다, 앞으론 빈부 격차뿐 아니라 정보의 격차 때문에 한 사회 안에서도 전혀 연결고리가 없이 따로 노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여겨진다. SF소설 속의 타임머신에 나오는 것처럼 힘든 일을 하지 않지만 매우 유약한 인류와 고단한 노동 현장에서 거칠게 생존해야 하는 인류가 따로 진화될 가능성도 있다.

기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잠시의 불편함도 못 견디는 등 느긋함과 인내를 잃어버리고 있다. 개인의 행복, 그것도 각종 기기와 관련된 매우 사적인 생활로 경험할 수 있는 행복에만 집중하면서 사고의 영역도 그만큼 좁아지게 된다. 또한 사회를 응집하고 화합하게 하는 기본단위인 가족이나 친지와의 사회적 망이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사람들은 더욱 자기 소외와 정체성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 공허감을 메워주는, 돈으로 사고파는 관계 서비스 시장이 있지만 역부족이다. 예컨대 ‘어머니를 빌려드립니다’라는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동안 어머니처럼 정성 어린 밥을 해 주고 식탁에서 격려와 위로의 말 상대를 해 주는 고학력 중년 여성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미래는 우리가 현재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토피아(utopia·이상향)도, 디스토피아(dystopia·현재의 부정적인 부분이 더 심화된 미래)도 된다. 그 갈림길을 결정하는 것은 나와 이웃에 대한 건강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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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