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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의학에 반기 … 스텐트 시술 세계 최고

캐리커처=미디어카툰 정태권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는 협심증 환자의 심장동맥에 금속망(스텐트)을 넣어 혈관을 넓히는 치료에서 세계 최고수(最高手)로 꼽힌다. ‘네이처’나 ‘사이언스’보다 영향력이 높은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국내 최초로 이름을 올린 이가 그다. 또 NEJM 국내 최다(4회) 논문 게재 기록도 갖고 있다.

2009년 박 교수는 협심증에 걸린 72세 남성 환자를 돌보다 인도에서 온 제자에게서 “이럴 때도 혈류 속도를 점검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 따르면 심장동맥의 특정 부위가 85%나 좁아진 상태였다. 혈관이 50% 이상 좁아지면 협심증으로 진단되므로 이럴 때는 혈류 속도 확인을 생략하는 것이 관례였다.

박 교수는 인도 제자에게 혈류 속도가 비(非)정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속도를 검사했는데 놀랍게도 ‘정상’으로 나왔다. 박 교수는 “내일 운동부하 심전도검사·핵의학검사·스트레스 유발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환자에게 시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검사에서도 모두 ‘정상’이었다.

박 교수는 그 뒤 협심증 환자들의 혈류 속도를 측정해 봤다. 심장동맥이 50~80%나 좁아진 환자의 절반 이상이 혈류검사에선 정상으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CT 이미지는 단층의 한 면(面)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입체적인 실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사들이 간과해왔던 것이다.

박 교수는 2009년 한국심장중재학회에서 그가 새로 발견한 사실을 알렸다. “지금까지 내가 틀렸다. 상당수 필요 없는 환자에게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했다”고 고백했다.

의사들이 웅성댔다. “박 교수가 하라는 대로 따라서 열심히 했는데…” “나도 틀렸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2011년 심장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박 교수가 자신의 이론을 밝히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2013년 11월 ‘유럽심장학회지(EHJ)’에 “협심증 환자 5000명을 대상으로 기존 방식대로 CT 결과만으로 시술 또는 수술한 환자들과 혈류 유속검사에 따라 시술 또는 수술을 안 한 환자들을 비교했더니 후자의 치료 결과가 훨씬 좋았다”고 발표하자 서구 학자들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의학 주류에 도전하는 연구로 굴곡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거나 논리적으로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갔다.

90년대 중반엔 심장동맥 중 좌관동맥 주간부가 좁아진 환자를 스텐트로 치료하는 시술을 시도했다. 이런 환자는 “가슴을 연 뒤 심장을 우회하는 혈관을 만드는 수술을 해야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기술된 기존의 의학 교과서 내용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스티븐 오스텔리 교수는 박 교수를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한때 병원에서도 그의 시술을 불허했다.

그러나 ‘미국 심장학회지(JACC)’에 제출했던 논문이 실리자 병원에서도 시술을 허가했다. 오스텔리 교수는 “박 교수가 옳았다”며 특강을 요청했다. 박 교수는 이 시술이 기존의 외과수술 못지않게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이를 ‘NEJM’에 발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스텐트 시술의 역사로 평가받는다.

세브란스병원 전임의 3년차 때인 89년엔 심장의 승모판이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않았던 환자에게 사타구니를 통해 풍선을 넣은 뒤 혈관을 넓혀주는 ‘승모판 협심증 풍선확장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해 성공했다. 91년엔 서울아산병원에서 협심증 환자의 사타구니로 금속망을 넣어서 심장동맥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실시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0년 국내 최초로 대동맥 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스텐트 시술을 시작해서 3년 뒤 아시아 최초로 1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환자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 최선의 진료라고 믿는다. 시술로 가능하다면 굳이 수술할 필요가 없고 약물치료로만 가능하다면 굳이 시술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신념이다.

박 교수는 “신념을 실현하느라 일시적으로 병원의 수익과 의사의 일거리가 줄기도 했지만 최적의 진료를 하면 결국 전국의 환자들이 몰려올 것이니까 중장기적으로는 의사에게도 병원에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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