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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지방 주도의 SOC 투자, 그림자금융 부실 주범

지난 14일 세계 최대 중국공상은행(ICBC)이 ‘폭탄 선언’을 했다.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30억 위안(약 5200억원) 규모의 신탁 상품 투자자를 구제하지 않을 것이란 발표였다. 이 신탁 상품은 2010년 ICBC 지점망을 통해 판매됐다. 투자자들이 맡긴 돈은 ‘정푸에너지’라는 탄광회사에 대출됐다. 그러나 이후 석탄 시세가 곤두박질하면서 정푸에너지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이 신탁 상품에 돈을 넣은 투자자도 ‘깡통’을 차게 생겼다. 그러자 시장에선 신탁 상품을 판 ICBC가 투자자들을 구제해줄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이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자 이날 ICBC가 서둘러 ‘투자자 구제 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ICBC의 발표에 중국 금융시장은 술렁거렸다. 그동안 쉬쉬해 왔던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시한폭탄’이 처음 수면 위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림자금융이란 은행 이외의 금융회사를 통해 이뤄지는 대출을 말한다. 당국의 규제를 받는 은행이 손대기 어려운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순기능도 있다. 중국에선 주로 ICBC가 판 것과 같은 신탁 상품이나 투자자가 맡긴 돈을 은행이 위탁 대출해주는 형태로 이뤄졌다. 명목상 은행은 상품을 팔아주거나 대출을 대행해주기만 했기 때문에 지급보증 책임이 없다. 그러나 원활한 판매를 위해 실제론 대부분 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자금융 부실이 국영은행 부실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란 얘기다.

더욱이 그림자금융을 통해 조달된 돈의 상당 부분은 지방정부로 흘러 들어갔다. 각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고속도로·공항·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나서면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그림자금융으로 손길을 뻗쳤다. 은행 예금금리가 3%로 묶여 있다 보니 전주들도 고수익 금융상품이 필요했다. 양측의 이해관계를 은행이 중간에서 맞춰줬다. 신탁 상품이란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 지방정부나 기업에 대출해준 것이다. 한데 수익성을 따지지 않은 지방정부의 경쟁적 SOC 투자가 중복·과잉으로 흐르면서 빚 갚을 능력을 상실한 지방정부가 속출하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액티스캐피탈 김문수 아시아 본부장은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도 갚지 못하는 지방정부가 허다하다”며 “부도를 막기 위해 이자 갚을 돈을 추가로 빌려주는 편법도 성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정부 부채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해 9월 심계서(감사원에 해당)는 전국 31개 성, 391개 시는 물론 3만3000개 향에까지 5만4400명의 조사요원을 풀어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파악된 지난해 6월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는 17조9000억 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3%. 중국 정부는 “아직은 정부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국제금융가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ICBC 해프닝으로 그림자금융 부실이 곪아터지면 지방정부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는 결국 국영은행 부실로 이어져 시진핑 정부의 경제개혁을 좌초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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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