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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한 삐딱한 시선

2014년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신년에는 늘 그렇듯 보고서와 인터뷰 등을 통해 소위 증권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미래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기가 힘들다는 것이고, 투자의 묘미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이 각기 다르다는 데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연초 증시 전망들은 놀라우리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치된 결과를 보여주곤 한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문제는 주식시장이란 곳이 묘해서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일어날 거라 예상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해 초 모두가 최고의 주식으로 꼽았던 삼성전자가 결국 12.9%의 하락으로 한 해를 마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전문가들이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은행업종은 코스피 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회복되니까 경기순환주를 사라?
올해 전문가들이 일치된 의견을 내는 대표적인 전망은 경기순환주에 훈풍이 불 거라는 예측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그럴 듯하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할 만큼 경기가 살아났고 유럽도 경기회복의 기운이 돌고 있으니 화학·철강·IT 등의 업종이 이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거라는 논리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첫째는 경기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그 폭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경기순환주 중 POSCO 정도를 제외하면 밸류에이션이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기대감을 타고 한 차례 주가 회복이 이뤄진 탓이다. 여전히 화학·철강 등의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강한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현재의 밸류에이션을 극복하고 경기순환주의 주가가 본격 상승하기엔 버거워 보인다.

일러스트 강일구
둘째, 경기순환주는 본질적으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필자는 경기순환주를 권하는 전문가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경기에 따라 손님이 들쑥날쑥한 식당을 경영하고 싶으냐?”고 말이다. 실제로 미국의 가치투자자들은 경기순환주를 ‘로 퀄리티 주식(low quality stock)’이라고 낮게 평가한다. 경기회복을 믿고 로 퀄리티 주식을 사라는 건 파도가 잠잠해 보이니 튜브를 벗고 바다에 뛰어들라고 권하는 조언에 다름 아니다.

주식투자의 기본 원칙은 자본의 영구훼손 가능성을 낮추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경기가 좋든 나쁘든 꾸준한 실적을 내는 탄탄한 비즈니스를 가진 ‘하이 퀄리티 주식(high quality stock)’으로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 세종대왕님 또한 바람이 불고 안 불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릴세”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선진국 펀드가 투자 유망 상품?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미국이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일사불란한 정책을 펼친 미국 정부가 영화감독이라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미국의 제조업과 기존 산업을 파괴하는 혁신을 보여준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은 주인공들이다. 이 논리가 증권사들이 선진국 펀드를 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불안하게도 선진국 펀드에선 과거 인기리에 판매되었던 중국 펀드와 브라질 채권이 가져온 참사의 향기가 난다. 지난해에 이미 미국 시장은 30%가 넘게 올랐다.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선반영했단 얘기다. 그 결과 개별 주식의 밸류에이션도 만만치 않게 상승했다. 최근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지난해 장부가치 증가율이 S&P500을 밑돌아 그의 투자감각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버크셔는 철도·보험·전력 등 미국의 기본 산업군들을 망라한 복합기업이다. 달리 말해 미국의 경기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버크셔의 실적이 지수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시장이 실제보다 앞서나갔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오히려 지금은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유는 단순하다. 주가가 우려감을 반영해 이미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이 말해주듯 팔리기 쉬운 지역의 펀드가 아니라 관심권 밖에 있던 지역의 펀드가 역설적으로 좋은 투자성과를 가져다 줬다. 일례로 유럽의 문제아였던 그리스 증시는 2013년 초부터 현재까지 40%가 넘게 올랐다. 현재는 동남아가 2년 전 그리스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신중함과 적극성의 균형 취해야
지난 3년간 코스피 지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국내를 벗어난 해외투자 또한 번번이 실패만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투자자들의 답답한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제 경기회복이 본격화된다는데 여기에 동참해 지난 손실을 만회하고 싶은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중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필자의 삐딱함은 전문가들을 공격하고 싶은 의도도 아니요, 부정적 전망을 늘어놓고 싶어서도 아니다. 단지 통념을 벗어나 다양한 투자기회를 탐색해보자는 의도다. 신중함과 적극성의 균형을 올해의 투자전략으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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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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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