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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극과 극이라 통하는 서울 랜드마크 … 콘텐트와 조화가 숙제

몇 달 간격을 두고 서울의 두 랜드마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지난해 11월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다른 하나는 오는 3월 개관을 앞두고 며칠 전 언론 공개를 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사진)다. 둘 다 역사적 배경이 풍부한 곳들에 자리 잡았고, 건립 초기 단계부터 많은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은 거의 극과 극으로 달라서 흥미롭다.

DDP는 한마디로 튀는 건축물이다. 유명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했다. 완성된 DDP를 보며 사람들은 ‘거대 우주선’ ‘똬리를 튼 은빛 아나콘다’ 같다고 한다. 그런 만큼 건물 외관이 주변과 동떨어졌다는 비난이 계획 초기부터 많았다.

언론 공개 때 DDP를 직접 보니 흉하게 튀는 모습은 아니었다. 유동체 같은 건물의 스카이라인이 나지막하게 흐르고, 우아하게 구부러진 벽면이 햇빛을 받아 다양한 톤의 은빛을 뿜어낸다. ‘사진발’이 멋지게 잘 받는다. 내부의 경우에는 지하 3층, 지상 4층의 공간이 온통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흰색 벽면은 모두 곡선이며 기둥이 없는 독특한 구조다.

건축 자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쉽지 않은 건물인데 건축가의 의도에 맞게 시공이 잘 됐다.” 건축가인 서현 한양대 교수의 말이다.

반면 DDP의 역사적·지리환경적 맥락은 건립 초기부터의 비판대로 거의 무시돼 있다. 이곳에 한국 근대 스포츠의 메카였던 동대문운동장이 있었다는 자취는 찾을 길이 없다. 건설 도중 발굴된 한양 성곽 유적은 ‘은색 우주선’ 옆에 썰렁하게 서 있다.

언론 공개 투어 중에 이런 말소리가 들렸다. “건물 멋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이렇게 짓지 그랬어.”

맙소사, 만약 그랬다면 재앙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경복궁, 북촌, 삼청동을 연결하는 역사적·지리환경적 맥락을 다 끊어놓았을 테니까.

“경복궁 옆에 혼자 ‘나 잘났소’ 하는 건물을 짓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서울관을 디자인한 건축가 민현준 홍익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렇게 해서 조선시대 종친부 건물과 근대 건축인 옛 국군기무사령부 본부를 아우르고 나지막한 건물들과 사이사이의 정원들로 구성된 ‘군도(群島)형 미술관’이 탄생했다. 개관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건축가의 의도대로 근처 문화예술 거리를 왕래하는 사람들이 쉽게 통과하고 머물렀다 가는 ‘열린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무형의 미술관’답게 사진을 잘 받는 건축물은 못 된다. 어디서 찍어도 미술관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잘 잡히지 않는다. 대신 시점에 따라 풍경이 전혀 달라지는 묘미가 있다. 특히 미술관 동쪽에서 경복궁 쪽을 바라보면 건축물 스카이라인이 저 멀리 북악산 봉우리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든다. 전통 한국 정원의 요소인 차경(借景·먼 자연풍경을 빌려옴)을 계승한 것이다.

DDP도 역사적·지리환경적 맥락을 좀 더 살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원래 풍경이 경복궁 일대처럼 고풍의 운치가 있는 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할 수 있겠다.

사실 공공건축물의 정답은 없다. 때로는 주변과 조용히 어우러지는 ‘무형의’ 건축물도 필요하고, 때로는 멋지게 ‘튀는’ 건축물도 필요하다. 그러나 건축물에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고, 내용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직후 민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먼저 콘텐트가 구체적으로 존재하고 그것에 맞춰 건물을 지어야지 건물부터 짓고 그 다음에 콘텐트를 채울 생각을 하면 실패한 건축 프로젝트가 되기 쉽다. 다행히 미술관의 콘텐트는 뚜렷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어려움이 적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에서 DDP에 대한 걱정이 큰 것이다. 구체적인 콘텐트의 부재는 DDP의 태생적 문제였고, 비난의 핵심이었다. 일단 개관전으로 ‘간송문화전’이 있는데, 그간 보기 어려웠던 간송의 귀중한 유물을 외부에서 보는 것은 반갑지만 과연 DDP 공간과 어울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미 지어졌으니 콘텐트를 제대로 채우길 바랄 뿐이다. 사진 잘 받는 거대 은색 조각을 위해 세금 4840억원이 투입된 것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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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