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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칼럼] 풍경사진 저작권 유감

“맞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월천리 솔섬을 아는 사람이라면 마이클 케나의 ‘솔섬(pine tree)’ 사진을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그 사진을 보고 비슷한 구도로 솔섬을 촬영하면 표절이고 저작권 위반인가요?”

사진계가 요즘 저작권 논쟁으로 떠들썩하다.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강원도 삼척 솔섬을 찍은 김성필 작가의 사진을 두고서다. 케나의 한국 에이전시 공근혜갤러리가 ‘솔섬’과 유사한(?) 김 작가의 사진을 광고에 사용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면서다.

자연을 촬영한 풍경사진에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사진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들은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해 아름다운 풍광을 찾아다닌다. 좋은 사진을 보면 그 장소에 찾아가 모방해 촬영하며 사진을 배운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요즘은 누구나 사진가인양 사진 찍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전국의 이름난 출사지마다 사진 애호가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그들은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마이클 케나의 풍경 등 좋은 사진을 모범으로 그보다 좋은 작품을 찍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사진가들은 알고 있다. 같은 장소와 시간, 카메라 렌즈를 사용해도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을. 구름과 바람, 빛과 그림자, 자연의 모습은 언제나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사진가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마음을 사진에 담는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혜택과 권리를 준다.

마이클 케나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다. 세계를 여행하며 촬영한 서정적인 풍경사진으로 유명하다. 2007년 촬영한 ‘솔섬’ 사진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2011년 ‘철학자의 나무’전을 시작으로 세 번째인 ‘동방으로의 여행’ 사진전이 10일부터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14일 전시장을 찾았다. 최근 2년간 한국과 중국·일본의 풍광을 흑백으로 담백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들이다. ‘솔섬’ 사진도 함께 마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특히 전남 신안군 초청을 받아 작업한 ‘신안’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홍도·흑산도·증도·가거도 섬 풍경뿐 아니라 물 빠진 양식장과 물 위에 떠 있는 부표, 거울처럼 반짝이는 염전과 갯벌 등등. 케나의 독특한 앵글로 촬영한 사진이지만 낯익은 풍경사진도 있다. 한국의 사진가들이 촬영한 사진과도 비슷한….

하지만 케나의 사진을 표절했다거나 모방했다고 말하는 사진가는 없다. 오히려 한국의 풍광을 아름답게 촬영해 세계에 알린 케나에게 고마워한다.

“고맙죠. 외국 사진가가 한국에 관심을 갖고 사진작업을 한다는 것요. 그만의 독특한 표현 기법도 소개하고요.”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신미식 작가도 케나의 사진을 좋게 평가했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독특한 구도로 촬영했다며 자신만의 작품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사진저작권 보호를 반겨야 할 사진작가들도 우려하고 있다. ‘솔섬’ 사진의 저작권이 인정되면 그곳에서 촬영한 다른 사진은 더 이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의 유명 출사지마다 저작권을 주장하는 사진이 나올 수도 있다.

케나는 14일 법정에서 “수천 명이 내가 찍은 포인트를 찾아 마치 성지순례하듯 사진을 찍는다는 얘기를 듣고 행복했다”고 했다. 또한 “저작권 문제로 법정에서 증언하게 된 상황이 실망스럽고 슬프다”고 말했다. 케나는 고요와 고독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다. 그의 어떤 사진도 자연보다 못하다고 했다.

이제 사진가들은 전국의 사진명소를 무리 지어 순례하기보다 자신만의 창조적인 사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 좋은 포인트를 찾아갔을 때 이미 카메라를 든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물러난다.” 프랑스 사진가 장 고미의 말을 새겨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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