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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구글과 악마의 발톱

연단에 선 서성원(41·경기도 부천시 상동)씨는 발표 도중 왈칵 눈물을 쏟았다. 지난 7년여의 시간이 빠르게 머리를 스쳤다. 실직, 사업 실패, 알코올중독, 가정 불화…. 2012년 하반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창업성공 사례 발표회에서 그는 흐느끼느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재기에 성공한 건 한 기업인을 알게 되면서다. 계육가공업체와 닭강정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조동민(53) 사장은 서씨의 사연을 듣고 창업을 도왔다. 가맹비를 받지 않았고 개업용으로 닭고기 200㎏을 무상 지원했다. 인테리어도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역세권에 문을 연 29㎡(약 9평) 점포는 종일 분주했다. 하루 매출이 200만원을 넘기도 했다. 서씨는 “일을 하느라 술을 마실 시간도 없었다. 아내와는 전보다 애틋해졌고 아이들에게도 당당한 아빠가 됐다”고 했다.

조 사장에게 왜 도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길게 설명했다.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에는 ‘착한 회사는 망한다’는 말이 있어요. 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갖고 가맹점주를 괴롭혀야 점포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죠. 저는 ‘착한 프랜차이즈’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생계형 창업자들은 절박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합니다. 어려운 분들이 성공해야 따뜻한 사회가 되지요.”

두 사람의 상생 스토리를 전해듣던 지난 15일, TV뉴스는 구글이 국내 통신사들을 상대로 애플리케이션 판매 수입분을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구글이 앱 장터에서 팔리는 판매 수익을 기존 1대9에서 5대5로 올리겠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이를 두고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절대 ‘사악해지지 않겠다(Don’t be evil)’고 공언해온 구글이 드디어 ‘악마의 발톱’을 드러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구글은 그동안 작은 수입에 연연하지 않는 ‘큰 내기(Big Bet)’ 전략을 펼쳐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무료로 제공하고 앱 판매 수익에서 통신사 몫을 대폭 보장해준 것 등이 대표적이다. 큰 내기는 ‘현대인의 생활습관 장악’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침에 일어나 G메일을 확인하고, 구글 캘린더로 점심 약속을 확인한 뒤, 구글 맵으로 식당을 찾아가도록 만든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제 ‘구글 프리(free)’로는 하루도 편안하게 살 수 없게 됐다. 이렇게 큰 내기에 성공한 구글이 본격적으로 칩 쓸어 담기에 나선 것이다. 서씨 사례처럼 국내 골목에는 조금씩 상생의 온기가 퍼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전장에선 냉혹한 이익 논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업들은 안으로는 ‘상생’해야 하지만 밖으로는 ‘경쟁’해야 하는 현실 속에 있다. 구글의 통보는 국내 기업들에 기술 종속의 결과가 어떤지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골목에 상생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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