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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위에 터틀넥 정장에 운동화 위트있게, 티 나게













피티 워모(Pitti Uomo)는 1972년 이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매년 두 번 열리는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다. 참여 브랜드만 1100여 개, 평균 방문객 수가 3만 명이 넘는다. 런던과 밀라노에서 열리는 남성복 컬렉션이 대형 패션하우스의 패션쇼를 중심으로 ‘전시 효과’에 비중을 둔다면, 피티 워모는 실제 매장에 걸리는 옷을 사고파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장인 셈이다.

한데 업자들끼리 판이 벌어지는 이 피티 워모에 유난히 일반인들의 눈이 쏠린다. 바로 행사장을 찾는 이들의 옷차림 때문. ‘남성복의 성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디자이너, 바이어, 기자 등 ‘피티 피플’ 대다수가 한껏 멋을 내 오다 보니 그 자체가 화제가 됐다.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자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피티 워모란 얘기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작가들이 이를 놓칠 리 없고, 행사를 전후해서는 블로그·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피티 패션(Pitti Fashion)’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닉 우스터(뉴욕), 와니디포와 시모네리기(피렌체), 알렉산드로와 발렌티노리치(밀라노) 등은 연예인이 아니지만 피티를 대표하는 패셔니스타로 알려지기도 했다.

7~10일 열린 ‘제85회 피티 워모’ 역시 각국의 멋쟁이들이 공작새처럼 제각기 화려함을 자랑했다. 우리네 신사복 하면 떠오르는 넉넉한 재킷, 발목에 길게 늘어지는 바지, 금속 버클의 벨트는 어디에도 없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신사의 품격이었다.

정장에 비니, 백팩 … 캐주얼화하는 피티 패션
7일 오후 9시 피렌체 포르테자 다 바소(Fortezza da Basso). 행사장 출입문이 열리자 사진가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런웨이를 걷듯 들어오는 방문객들의 모습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를 쉼 없이 눌러댔다. 피사체가 되는 ‘피티 피플’들은 마치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듯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기가 일쑤. 하지만 그들에게 막상 포즈를 취해달라 청하면(대화 중이거나 심지어 통화 중이라 할지라도!) 기다렸다는 듯 익숙한 답을 했다. “슈어(Sure).” 여기에 미소는 필수였다.

카메라만 갖다 대면 바로 화보인 이들을 감탄하며 보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껏 잡지로, 인터넷으로 봐온 피티 패션이 아니었기 때문. 꼭 끼는 더블 브레스트 재킷(양옆에 단추가 달린 재킷), 복숭아뼈가 보이는 짧은 길이에 밑단이 두 겹 처리(턴업)된 바지, 얇은 니트 소재 타이, 날개 모양 장식이 달린 윙팁 슈즈와 클러치-. 이런 ‘정석’과 달리 이번 시즌엔 슈트에 다양한 액세서리와 아이템을 섞어 캐주얼 감각을 살린 것이 대세였다. 4년 전부터 피티 워모를 찾았다는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 남현범씨는 “2~3년 전부터 피티 패션이 캐주얼로 바뀌고 있다”면서 “세계 남성복 시장 자체가 정장보다 캐주얼이 강세인 것과 맞물리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룩을 편안한 캐주얼로 바꿔주는 일등 공신은 비니. 타이까지 갖춘 완벽한 정장 슈트를 입고도 자주·초록·노랑색 등 컬러감 있는 니트 비니를 쓰면 이미지가 한층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였다. 또 정장에 클러치 대신 백팩을 메고,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 것도 대세 중 하나였다. 국내 남성 스트리트룩에서도 이미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대 위주의 젊은 남자들이 주를 이뤘다면 피티에서는 40대쯤 보이는 나이 지긋한 이들도 과감하게 도전했다.

한편 재킷과 코트를 제대로 차려입더라도 화려한 컬러와 패턴을 택하는 게 피티 피플들이었다. 꽃무늬, 카무플라주(위장), 페이즐리(애벌레 무늬) 등이 재킷 전면에 나서다 보니 큼지막한 체크 패턴 정도는 얌전한 축에 끼었다. 두세 번씩 칭칭 감은 머플러 역시 빨강·주황 등 원색에 화려한 무늬가 많았고, 이를 재킷?타이 색깔과 같이 맞추는 센스를 보여줬다.

화려하지 않아도 주목 받는 멋의 비결은 디테일
피티 피플 중에는 화려한 소품 하나 없이도 카메라 세례를 받는 이들이 있다. 깔끔하게 정장만 차려입었을 뿐인데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쳐든다. 왜 그럴까. 이유는 디테일에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 구영준씨는 이번 시즌 새로운 스타일링법을 발견했다. 바로 터틀넥 니트 안에 셔츠를 받쳐 입고 칼라만 꺼내 놓는 것. 구씨는 “재킷에는 원래 셔츠를 입는 게 정석이지만 추운 날씨를 고려해 목이 올라오는 니트를 입으면서도 ‘안에는 셔츠를 입었어요’라고 위트 있게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트를 팔을 끼지 않고 걸친 채 다닌다거나, 정장 위에 입은 야상 점퍼의 지퍼는 열어둔 채 허리끈만 조이고, 날렵한 코트 위에 풍성한 니트를 겹쳐 입는 식으로 남다른 스타일링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성패션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박진우씨는 “나도 따라 해보자는 마음이 들 정도로 쉽고 감각적인 옷차림을 보여주는 게 피티 워모”라면서 “지금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남성복 트렌드들이 몇 년 전 여기서 하나 둘씩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피티 워모는 런던 남성 컬렉션과 이틀간 일정이 겹쳤다. 둘 중 피티 워모를 택한 미국의 스트리트 패션 사진작가 토미 톤(Tommy Ton)은 한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서는 파리나 런던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바이어와 신진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옷입기에 있어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피팅과 비율, 다양한 원단의 섞어입기 등등 말이다. 한마디로 남성복을 위한 101가지 옷입기가 여기, 피티 워모에 있다.”

피렌체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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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