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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엔 벽 허무는 힘, 남과 북 인천서 하나 됐으면”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IOC위원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 회장도 맡고 있어 IOC의 대세로 통한다. 그와 절친한 관계인 토마스 바흐가 지난해 IOC위원장으로 뽑힌 데도 셰이크 알사바의 공이 컸다는 게 IOC 안팎의 중론이다. [사진 김민제 ANOC·OCA 전속 사진작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사람은 정말 친절했어요. 오는 9월 아시안게임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에서 만난 쿠웨이트 왕자이자 현 국왕의 조카인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51)는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 회장을 겸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 IOC 위원으론 최고위직이다. 17~18일 OCA 총회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것도 그가 주도해 성사됐다. 애초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할퀴고 간 마닐라에서 OCA 총회를 열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셰이크 알사바는 OCA 총회에서 “하이옌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하자”며 반대 여론을 단번에 잠재웠다. 한번 마음먹으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으로 그는 정평이 나 있다.

 그는 1990년 27세의 나이로 아버지 파하드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국왕으로부터 IOC 위원을 갑자기 물려받았다. 그해 8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 때 선친이 폭격으로 급사했기 때문이다. 그의 비서는 “중상을 입고도 기관총을 들고 왕궁을 지킨 선친을 끝까지 보살핀 이야기는 아직도 왕실에서 전설적인 무용담으로 회자된다”고 귀띔했다. 이후 그는 쿠웨이트 왕실이 아니라 IOC 위원으로 세계 무대를 누볐다.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기로도 유명하다. 중앙SUNDAY는 국내 언론으론 처음 그를 단독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약 40분간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에서 그가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이종무 북한 축구협회장의 즉석 만남을 주선했다는 중앙일보 지면(2013년 11월 29일자)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하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했다.

 -스포츠는 남북 교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금 스포츠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스포츠는 모든 갈등과 싸움의 장벽을 넘어선다. 올림픽 기간 IOC는 유엔과 함께 모든 종류의 전쟁을 멈추는 ‘올림픽 휴전’을 선언한다. 한반도의 남과 북이 스포츠를 통해 화합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스포츠는 화해의 가장 좋은 도구다.”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 현황을 평가하면.
 “아시안게임은 OCA가 주최하는 여러 행사 중 가장 중요하다. 다양한 아시아 각국의 문화가 아시안게임에선 하나가 된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 역시 그럴 것이라 굳게 믿는다. 지난해 인천 ‘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도 만족스러웠다. 그 경험을 토대로 아시안게임 역시 최고의 대회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OCA회장의 올해 큰 목표 중 하나는 9월 개최되는 인천 아시안게임의 성공이다. 17일 OCA 행사장에서 인천의 마스코트와 함께 포즈를 취한 알-사바 회장. 그 뒤로 셰이크 알사바와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아래 사진은 본지 전수진 기자와 인터뷰 중인 알사바 OCA회장.
 -최근 국고 지원이 확정됐지만 예산 문제도 있었다.
 “문제가 해결됐으니 앞으로 남은 6개월여의 시간 동안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 아시아처럼 각국 간 (영토 분쟁 등) 외교 문제가 복잡한 지역에서 스포츠의 역할은 말로 다 못할 만큼 크다. 게다가 분단국인 한국에서, 북한과 가까운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한국도 여러 번 방문했는데.
 “서울올림픽뿐 아니라 86년 서울 아시안게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등을 계기로 한국에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 그때마다 한국인들에겐 항상 좋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한국 스포츠 관계자는 물론 정치인들과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로 예방했을 때의 친절함은 감동적이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 IOC 최고위직
셰이크 알사바는 국내 스포츠계에도 인맥이 두텁다. OCA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은 알사바 회장에 대해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IOC의 최고위직에 오른 몇 안 되는 인물”이라며 “늘 그의 추진력에 놀란다”고 말했다. 이수홍 세계태권도연맹(WTF) 자문위원장은 “의리가 있고 마음이 따뜻한 리더”라고 표현했다. 알사바 회장은 마닐라에서 박 명예회장과 이 자문위원장을 만나자마자 “내 친구(My good friend)”라며 얼싸안았다.

 세계 각국의 스포츠 관계자 사이에서도 셰이크 알사바는 ‘거물’이다.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다. 그와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이번 OCA 총회에서도 마찬가지. 경호실장인 ‘선데이(Sunday)’가 아무리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17일 저녁에도 셰이크 알사바는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약 1시간을 자신에게 눈도장을 찍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가죽재킷 즐겨 입는 ‘록스타’ IOC 위원
공식 석상에선 아랍 전통 복장인 ‘쑵’ 차림으로 나타나지만 그는 가죽재킷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 바지를 즐겨 입기도 한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 ‘록스타’ 같은 복장으로 행사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은 여러 번 목격됐다. 지난해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업계 관련 연례행사인 ‘스포트어코드’ 마지막 날 전용기를 타러 갈 때도 그랬다. 뽀글뽀글한 파마 스타일로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머리는 그대로 늘어뜨린 채였다.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그가 ‘록스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건 이 때문이다.

 음악이며 여흥도 즐길 줄 아는 ‘싸나이’다. 지난해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그가 열렬히 지지했던 토마스 바흐(독일)가 위원장으로 당선되자 셰이크 알사바는 클럽을 하나를 통째로 전세 내 디스코 음악 파티를 열었다. “셰이크 알사바가 디스코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들렸다.

차기 IOC 위원장 물망에도 올라
그러나 일과 관련해선 그는 선친의 단호하고 완강한 성격을 빼 닮았다. 지난해 IOC 위원장 선거에서 바흐 위원장을 공개 지지해 구설에 오른 일이 대표적 사례다. IOC윤리위원회에서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에 위배된다”며 경고를 보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시 바흐 위원장을 비판하는 독일 언론은 셰이크 알사바가 ‘아이 러브 바흐’라는 문구가 찍힌 티셔츠를 입은 만평을 게재하기도 했다.

 바흐 위원장은 이번 OCA 총회에 불참하는 대신 “소치 겨울올림픽이 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OCA에 갈 여유가 없음을 양해해주길 바란다”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바흐는 이 메시지에서 “아시안게임 100주년을 축하하며 인천 아시안게임의 대성공을 기원한다”며 “소중한 친구인 셰이크 알사바 회장이 이번 OCA 총회를 필리핀에서 개최키로 한 것은 태풍 하이옌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훌륭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셰이크 알사바는 “친구인 바흐 IOC 위원장의 성공을 빌며, OCA는 앞으로도 IOC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IOC 위원의 정년은 70세(1980년 이전 선출된 위원은 80세)다. 앞으로 약 20년간 국제 스포츠계의 최고봉인 IOC에서 셰이크 알사바는 현역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의 재력과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벌써 “차기 IOC 위원장 후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아랍계라는 게 약점이다. 이번 OCA 총회에서 만난 미국인 IOC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IOC 최고위직에 오를 기회가 유럽 이외 대륙에도 공유돼야 한다는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아랍계 IOC 위원장을 맞이할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OCA 총회엔 북한에서도 장웅 IOC 위원을 포함해 세 명이 참석했다. 중앙SUNDAY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그들은 “지금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문서가 있다”고 유창한 영어로 답했다. 그런데 회의 후 다시 다가가 말을 건네자 이들은 “바쁘다는데 거참 도덕(예의)이 없구먼”이라며 자리를 떠났다.

마닐라(필리핀)=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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