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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마우스, 대형마트 장바구니를 누르다



‘염동훈 전 구글코리아 대표, 아마존 한국법인 신임 대표 내정’.

지난주 유통업계는 이 뉴스에 술렁였다. 정보기술(IT) 전문가 한 명의 이직에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한 것은 아마존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아마존 측이 기업 데이터를 가상 공간에 저장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아마존웹서비스(AWS)’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유통업계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세계 최대 쇼핑몰 사업자가 뛰어들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C·스마트폰 확산에 쇼핑 방식 바뀌어
온라인 쇼핑이 유통 채널의 주류로 성장하고 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지난달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4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대형마트는 48조원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부터 줄곧 소매시장 1위를 지켜온 대형마트가 10년 만에 왕좌를 온라인에 내주게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은 최근 3년간 18~20%씩 꾸준히 성장한 반면 대형마트 성장률은 3~5%에 그쳤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김윤태 상근부회장은 “IT 기술이 발달하고 PC와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장바구니 대신 마우스를 집어 드는 쪽으로 쇼핑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은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뉜다. G마켓·옥션·11번가가 주도하는 오픈마켓과 신세계몰·롯데닷컴·H몰처럼 대형 유통업체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 여기에 소셜커머스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지난해 시장 규모를 오픈마켓 18조4000억원, 백화점 계열의 온라인 종합 몰들이 약 10조원, 소셜커머스가 3조원대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이유는 상품이 다양하고 가격은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쇼핑에서 고객들은 세 가지를 기대한다. 원하는 상품을, 믿고, 싸게 사는 것이다. 이 조건 가운데 원하는 상품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두 가지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G마켓이 판매하고 있는 품목은 100만 가지가 넘는다.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곳으로 알려진 이마트 은평점이 취급하는 품목 수가 8만여 개인 데 비하면 제품군에서는 온라인이 ‘유통 공룡’인 셈이다. 판매 가격은 비교가 안 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평균 40% 안팎의 판매수수료를 붙이다 보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부지 매입에 들어간 비용을 뽑아야 하고 매장 운영·관리비와 직원 인건비를 확보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데에 한계가 있다. 더구나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과 매장에서 파는 제품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나면 매장 손님이 급속히 줄어들 수 있어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의 수입원인 유통 마진과 새로운 쇼핑 트렌드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았던 게 사실”이라며 “오프라인보다 비싼 온라인 제품은 없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싼값에 사려면 온라인’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의 약점으로 꼽혀온 제품 신뢰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브랜드사와 일일이 상품 모니터링 계약을 맺는가 하면 제품이 고객 집에 배송된 뒤에 판매업자에게 대금을 지불하는 후불제도 도입했다. 또 판매 기록을 10년 이상 보관해 사후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짝퉁’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믿고 주문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고 있다. 특히 당일 배송, 익일 배송 등 배달 체계를 강화하면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11번가는 장터와 같은 기존 모델을 넘어 바이어들이 직접 고른 우수 상품군만을 대거 선별해 매일 150개씩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큐레이션 커머스’를 지난 6일 선보였다. 11번가 관계자는 “인기 상품 상위 1%를 모은 큐레이션 커머스 상품군을 연내 7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 유통사의 도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G마켓 등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처럼 알뜰 선물을 모아서 집중 판매하는 모델을 최근 설 선물 판매 행사에 도입했다.

한국 내에서 인터넷 쇼핑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G마켓과 옥션은 본사인 미국 이베이로부터도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이베이 본사에서 전 세계 지사장들이 모여 회의를 열면 100여 명이 몰려오는데 한국 법인 대표는 미국·독일·영국 법인 대표들과 함께 맨 앞줄로 안내된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세계에서 실적 기준 4위다. 홈페이지 디자인이나 운영 방식에서도 한국 법인은 본사로부터 일절 간섭을 받지 않는다. G마켓 관계자는 “어느 나라보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본사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전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12%에 달하고 일본과 중국은 각각 7.3%, 4.8%에 그치고 있다.

온라인 강화 나서는 할인마트·백화점
온라인 쇼핑의 공세가 거세지자 할인마트·백화점 등 전통의 강자들도 반격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연초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지난 1일부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각각 운영해온 인터넷 쇼핑몰을 통합한 일명 ‘SSG닷컴’ 사이트를 열고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SSG닷컴을 통해 백화점 고객이 대형마트로 손쉽게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또 하나의 이마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조만간 온라인 쇼핑 고객의 주문만 처리하는 전용 점포를 경기 용인시 보정동에 업계 최초로 문 열 예정이다. 롯데는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유통 관계사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홈플러스는 모바일 쇼핑에 집중할 방침이다. 홈플러스의 온라인 매출 중 모바일 비중은 2012년 12월 3.8%에서 지난해 12월 20.6%로 높아졌는데 올해는 이를 30% 선으로 올릴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4년은 토종 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이 뒤섞여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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