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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나는 대학 6년생이다

윤은정
이화여대 사회학과
노동부 장관을 토론석에서 마주했던 4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노동부 장관은 토론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에게 “청년실업은 대학생의 눈높이 문제예요.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 난리랍니다”고 말했다. 그래서 드린 질문 하나. “현재 중소기업 50%는 경영난을 겪고 있고, 대기업의 갑질 논란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불균형한 기업구조가 완화될 필요가 있지 않나요. 이에 대한 대책은요.” 아직 방안이 없단 장관 말씀에 드린 질문 둘. “스펙 세트라고 아십니까? 학점, 영어, 인턴은 기본. 컴퓨터, 제2외국어도 필수. 여기에 해외봉사와 면접과외까지 불사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게 지금의 대학생입니다. 그동안의 저희 노력은 생각지 않으시고 무조건 눈만 낮추라고 하시네요.”



 나는 지금 대학교 6학년이다. 장관께 호기 어린 질문을 던지던 시절을 지나 대학가의 모라토리엄족이 됐다. 대학생의 10%를 차지한다는 게 모라토리엄족이다. 졸업을 미뤄서라도 ‘좋은 곳’에 취업하려는 6학년을 의미한다. 우리에게도 궁색한 변명은 있다.



 그동안 스펙을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간 소속감 상실에 따른 불안감도 늘 따라다녔다. 졸업유예를 해서라도 대기업 정규직은 꿰차야 한다는 강박감도 한몫했다. 어찌 보면 모라토리엄족의 진짜 문제란 예비 취업군이던 대졸 인력이 잠재 실업군으로 바뀌고 있는 게 아닐까.



 모라토리엄족은 노동시장 양극화와 청년실업문제가 빚어낸 우리 사회의 기형집단이다. 그렇기에 문제 해결 역시 대학생 개인의 눈높이 조정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기업은 채용 다각화를,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노동시장은 직군 장벽 낮추기를 하는 ‘각자 역할’도 있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기업구조 편중부터 불공정한 거래 관행까지. 경제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6학년 눈높이만 탓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미스매치(mismatch·불일치)다. 구조와 개인, 사회와 세대 간의 노력이 병행되는 ‘매칭’이 절실하다.



 모라토리엄족이 출몰한 것은 어찌 보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필요한 노동인구는 줄고, 지식자본이 우위를 점하는 사회가 됐으니, 도태되지 않으려면 너도나도 교육투자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스펙에 들인 본전생각에 졸업을 머뭇댈 수밖에 없는 6학년이다. 제도 변혁을 말로만 외치는 어른들도, 모라토리엄족에 대한 책임은 없는지 반성할 때다. 구조개선은 모두가 한 발짝씩 나아가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새해가 밝아왔다지만 여전히 경기는 어둡고 청년들의 취업은 힘들다. 하지만 세태가 이러하니 꿈의 기준도 낮추라는 어른 말씀은 못내 섭섭하게 들린다. 우골탑에 들인 세월은 보장받아야겠다는 생각에 6학년이란 오명을 달고 스펙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 겨울이다. 미스매치의 산물인 모라토리엄족은 오늘도 안녕치 못한 방학생활 중이다.



윤은정 이화여대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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