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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순찰차서 열공, 창고에서 몰공, 근무 중에 닥공



경찰은 지금 승진시험 공부 열풍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보다 승진 인원이 크게 늘어난 ‘대박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근무시간 중 순찰차에서 책을 보거나 사무실 창고 등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몰공(몰래 공부)’을 하기도 한다. 경찰 내부에선 시험에만 몰두해 일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참에 시험 비중이 높은 승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즘 경찰, 승진시험에 몰두한다는데 …
올 계급별 승진자 최대 5배 늘어
두세 달만 벼락치기해도 합격 기회
교재쇼핑몰선 문제집 이미 품절
"시험 승진 불공평" 개선 목소리



경기도 A경찰서 소속 정모(35) 순경은 요즘 사무실에서 귀마개를 하고 있다. 며칠 남지 않은 경장 승진시험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정 순경은 책을 보기 위해 평소보다 두 시간 이른 오전 6시쯤 출근한다. 근무 중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기출문제집과 교재를 본다. 이번 주엔 연차를 이틀 신청해 독서실에서 공부에 매달렸다. 정 순경은 “서른 넘어 경찰에 들어와 승진이 간절하다”며 “최근 타 부서 후배가 심사 승진을 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아는 팀장은 정 순경의 근무 중 ‘몰공’(몰래 공부)을 눈감아주고 있다. 정 순경은 “근무를 조정해 준다는 동료도 있지만 내 휴가로 업무가 늘었다며 불만을 갖는 사람도 많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허모(36) 경사도 시험 준비에 한창이다. 주·야간 순찰을 돌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팀장의 배려로 한가한 지역에 배치돼 순찰차 안에서 책을 본다. 허 경사는 “서울청 승진시험 인원이 지난해보다 4배가량 늘어 너도나도 시험 준비 열풍”이라며 “일부 외근직은 오후에 몰래 독서실까지 간다더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 경찰서의 한 수사과장은 “현장 업무가 적은 본청·지방청에선 전화 받는 사람 정도만 남고 창고 등 건물 곳곳에 숨어 책 보는 데 열중한다”고 말했다.



 18일 승진시험을 앞두고 경찰들 사이에 승진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보이는 풍경이지만 올해는 특히 심하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경찰 2만 명을 증원하겠다는 정부 계획 때문이다. 신입 경찰을 많이 뽑다보니 이를 관리할 간부 수요도 늘었다. 지난달 23일 경찰청이 발표한 경정 이하 승진시험 합격인원은 지난해 대비 경사가 400여 명에서 약 2130명으로 늘었다. 계급별로 2~5배씩 증가했다.



그래서 올해 승진시험은 경찰들에게 ‘대박 기회’로 통한다. 경찰 사이에선 “올해는 과락만 면하면 합격이 가능하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시험 두세 달 전부터 벼락치기를 하는 경찰도 많다. 경찰공제회에서 운영하는 교재쇼핑몰에선 시험과목인 형사소송법과 형법, 실무종합 모의고사 문제집이 품절됐다. 기본서인 경찰실무Ⅰ·Ⅱ도 지난해 말 매진됐다가 지난주부터 재판매 중이다.



 경찰 승진은 일정 기간 근무해 자동진급하는 근속(50%)과 근무능력 등을 종합평가하는 심사(20%), 시험(20%), 특별한 공을 세웠을 경우인 특진(10%)이 있다. 근속 승진 비중이 가장 크지만 순경에서 경감이 되는 데 20년 넘게 걸려 대다수는 시험과 심사에 매달린다.



 경찰 내부에선 시험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근무 중 시험공부에 매달려 일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매년 12월과 1월엔 인사와 승진 시험이 겹쳐 어수선하다”며 “연말연초라 치안 수요가 많은데 일손이 달려 힘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시험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시험 한 번 잘 봐 승진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취지다. 전북 B경찰서 소속 오모(49) 경감은 “다른 공무원들에겐 시험 승진이 없다”며 “평소 성실히 업무에 충실한 이들로선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과장은 “시험만 잘 보면 순경은 임용 6년차에 경위, 경찰대·간부후보생 출신은 임용 7년차에 경정이 될 수 있다”며 “단기간에 파출소장이나 경찰서 과장이 된 이들이 조직관리를 잘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2010년 경찰청 내 조직개혁팀은 시험으로 승진 가능한 계급을 경정에서 경감으로 낮추려 했다. 하지만 경정 이하 직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시험승진 수를 줄이고 심사와 특진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부대 황문규(경찰행정학) 교수는 “평소 업무를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아야 조직에 활력도 생기고 치안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이 쉽지는 않다. 심사나 특진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서다. 충남 C경찰서 김모(50) 경위는 “규모가 작고 사건이 적은 지방서에선 특진과 심사 승진 비중이 늘면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곽대경(경찰행정학) 교수는 “정확하고 세분화된 평가기준과 시험 승진자 수의 범위를 치밀하게 설계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호·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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