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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안의 조국은 얼음판이다

이제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도 안현수를 ‘빅토르 안’으로 부른다.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후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은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적수로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러시아 대회에서 역주하는 빅토르 안. [중앙포토]


어느새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는 빅토르 안(Виктор Ан)으로 굳어졌다.

한국 쇼트트랙에 벽이 된 안현수
2006년 올림픽 금 셋 땄던 황제 … 파벌싸움, 팀 해체 후 러시아 귀화
한국팀보다 최근 성적 뛰어나
국내 빙상계는 편 가르기 여전



 지난 15일 서울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빙상 대표팀 기자회견.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의 이한빈(26·성남시청)과 신다운(21·서울시청)은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경계해야 할 선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신다운은 “이번 시즌 월드컵 종합 1위 찰스 해믈린(30·캐나다)이 가장 강하고 다음이 빅토르 안”이라고 말했다. 이한빈은 “해믈린이나 빅토르 안에게 너무 신경을 쓰면 다른 선수들에게 당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안현수를 ‘현수 형’ 또는 ‘현수 선배’라고 불렀다. 그러나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기류가 확 달라졌다. 안현수를 러시아 대표이자 강력한 라이벌로 규정하고 선을 그은 것이다.



선수들만도 아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를 앞두고 윤재명(50) 남자대표팀 코치는 “빅토르 안은 그저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안현수는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3관왕에 오른 ‘쇼트트랙 천재’였다. 2008년 왼 무릎 골절 부상을 당한 뒤 선수 생활을 마감할 것 같았지만 보란 듯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 그의 가슴에는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가 달려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쇼트트랙의 여러 문제가 안현수를 빅토르 안으로 만들었다. 안현수가 2007년부터 몸담았던 성남시청 빙상팀은 2010년 12월 예산 문제를 이유로 해체됐다. 부상을 이겨내고도 무적(無籍) 선수가 된 그는 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파벌 논란이 불붙었다. 안현수 아버지 안기원씨는 “아들은 한체대와 비(非)한체대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지난 15일 라디오에 나와 “빙상연맹 고위직에 있는 A씨 때문에 안현수가 많은 피해와 고통을 당했다. 국가대표 선발전 방식도 여러 번 바뀌면서 아들이 적응을 못했고, 마음고생을 한 끝에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했다”고 주장했다.



 2010년 쇼트트랙 짬짜미(승부담합) 파문이 가라앉은 뒤 빙상연맹은 “파벌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쇼트트랙의 병폐가 깔끔하게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짬짜미 파문 후 남자 쇼트트랙 전력은 더 약화됐다. 반면 안현수는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며 이미 한국 선수들을 추월했다. 2012년 2월부터 러시아 대표로 뛴 안현수는 2012~2013 시즌 6차례 월드컵 시리즈 개인전에서 메달 6개(금3·은1·동2)를 따냈다. 2013~2014 시즌 네 차례 월드컵 시리즈 개인전에선 금2·은4·동2를 기록했다.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던 러시아는 안현수 덕분에 홈에서 열리는 소치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네 차례 월드컵 시리즈 개인전에서 금2·은1·동3에 그쳤다. 안현수의 개인 성적보다 나빴다. 특히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월드컵 3, 4차 대회 500·1000m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해 올림픽 출전권을 두 장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이 안현수를 빅토르 안이라 부르며 거리를 두는 진짜 이유다.



 안현수를 떠나보낸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그의 후계자를 찾지 못했다. 소치에서 금메달 1개도 장담하기 힘들다. 안현수는 빅토르 안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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