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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북한 인권이다

“북한 청소년들에게는 배우는 것보다 오늘 먹을 걸 찾는 일이 우선이에요. 이렇게 자유를 빼앗기고 자존감이 부족한 채로 살다가 갑자기 통일이 돼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간극이 생길 것 같아요. 그때 북한 주민이 ‘우리 아들이 굶어 죽을 때 당신들은 뭐 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지난 14일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휴먼 리버티 센터’ 창립식에서 만난 김민재(가명·17)군은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올해 고교 2년생인 김군은 북한에서 나고 자란 탈북자 출신이다. 아직도 북한에서 생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김군에게 “북한 주민을 곧 우리 주민이라고 여기는 국민의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토론자들의 발언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김군은 “(통일 이후를 위해) 지금부터 뭔가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답답해했다.

 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가 북한 인권 개선에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통일을 결정할 주체가 다름아닌 2400만 명의 북한 주민이기 때문이다. 절대빈곤과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바로 알고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통일 논의에 앞서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인권위 북한인권특별위원장을 역임한 김태훈 변호사는 15일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카운터파트는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결국 통일은 위에서 억지로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 선택을 해야 이뤄지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일인데 자신들이 고문당하고 괴로울 때 이를 외면한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이 마음을 열겠느냐”고 반문했다. 통일 비용이나 통일 뒤의 경제적 효과를 논하기에 앞서 같은 민족으로서 인류 보편의 가치인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개선 노력을 하는 데서 통일 준비의 첫발을 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도 “반인도 범죄에 희생된 이들을 위해 사법정의 등을 실현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며, 치유와 화합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 보급 등으로 지금 북한에는 외부 세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가고 있다”며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여러분을 위해 정의 실현을 해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우리의 노력을 충분히 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낙제점 수준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북 활동가들이나 비정부기구들은 한국보다 미국의 도움에 더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법제가 갖춰져 있지 않아 체계적인 지원이 어려운 데 반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미국은 대북 지원에 적극적이다. 일본도 북한인권법이 있고, 캐나다 정부는 북한인권의 날을 제정하기도 했다.

"통일비용·경제효과 따지기 앞서 인권 개선을"

미국의 공영채널인 PBS는 14일(현지시간) 북한인권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비밀의 국가 북한’을 방영하는 등 민간 분야의 노력도 우리보다 외국이 앞서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하니 국제사회의 도움이나 노력을 촉구하기도 힘들다. 북한인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유엔이 인권이사회 산하에 특별보고관을 직제로 두고 있지만, 보고관 1명이 직원 1명의 도움을 받아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그나마 이 직원은 다른 업무도 겸임, 북한 인권문제는 업무의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북한 인권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며 북한 인권개선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가 9년 만에 북한인권법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한국 국회가 북한인권법 처리를 위한 공론화 과정에 들어갔다는 건 큰 변화다. 동시에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 전환과 개선 노력을 본격화할 적기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던 국내의 북한 관련 단체들도 모처럼 연합체를 구성키로 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60여 개 단체가 참여한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외교안보 분야에 NSC를 만들었듯 ‘북한 인권 컨트롤타워’가 민관 합동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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