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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세계 충격 … 북한 인권 다룰 기회 왔다

1990년대 탈북자들을 통해 접한 북한 인권의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북한 인권 문제는 더 이상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2005년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탈출한 신동혁씨는 24개국에서 발간된 『14호 수용소 탈출』의 한국어판 기념회에서 “몇 년 전 제 손으로 직접 쓴 책을 한국에서 출간했지만 한국 사람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판 발간을 반대했다”며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민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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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2014년 들어 상황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말 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참하게 처형되면서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됐다.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인명을 경시하는 북한 정권의 가치를 보여주는 일”이라며 “세계 최악의 인권 기록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장성택 사형은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라고 말했다. 장성택 처형이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논의를 재점화시킨 것이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오는 3월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각국은 보고서 회람 후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 등 북한 인권과 관련한 권고안(혹은 결의안)을 채택하고 안보리 상정과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등 추후 대처 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한국이 15년 만에 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지위를 얻게 된 것도 북한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호기다.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 등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이사국 지위를 얻기 전에는 한반도에 현안이 있어도 미국 등 우방의 입을 빌려 의견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앞장서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의제로 상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15개국 가운데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제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제재 조치까지 마련하지는 못한다 해도, 반복적으로 이를 의제로 삼고 각국에서 초안을 내기 시작하면 북한 인권 상황이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의 비상임이사국의 임기(2년)는 올해 말로 끝나기 때문에 ‘이사국 카드’를 쓸 수 있는 기간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국내에서는 모처럼 여야 정치권에서 북한인권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2005년 처음 발의된 이후 9년간 잠자던 북한인권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고 이번 회기 중 북한인권법 통과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압력도 어느 때보다 높다.

여야의 북한인권법 구상이 각론에서 차이가 있지만 어느 때보다 2월 임시국회 타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인류 보편적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인권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전 세계적 분위기도 북한 인권 문제에 주목할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오는 2015년은 인권 수호의 효시로 여겨지는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가 탄생한 지 꼭 800년 되는 해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명문화한 마그나 카르타는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됐다.

 올해는 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전후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라는 참극을 목격한 세계 각국이 반인도범죄 응징의 필요성을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는 모든 인간과 국가가 지켜야 할 인권 존중의 기준과 가치를 명시한 유엔의 세계인권선언(1948)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인권 수호의 역사적 궤적에 중요한 획들을 그은 사건들을 기념할 주기가 돌아오면서 벌써부터 인권 문제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스레 북한의 인권 상황이 주목받게 되는 이유다.

 ‘+α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이 한국 출신이란 점이다. 물론 반 총장과 송 소장은 한국인이 아닌 국제기구의 장으로서 활동하는 것이지만,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북한 인권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유지혜·정원엽 기자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1215년 영국 왕 존의 실정에 귀족들이 대항해 템스 강변에서 왕에게 승인하도록 한 칙허장. 최초로 권리를 문서 형태로 만든 장전으로 ‘대헌장(大憲章)’으로 번역된다. 교회의 자유, 봉건적 부담의 제한, 재판 및 법률, 도시특권의 확인, 지방관리의 직권남용 방지 등 63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영국 헌법의 기초로 국민의 권익을 옹호하는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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