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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슛돌이 모셔가려면 43억원

이강인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구단 발렌시아 유스팀(인판틸 B팀·13세 이하)에는 한국의 유망주 이강인(13)이 주전으로 뛰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발렌시아 인근의 작은 동네 푸솔에서 이강인을 만났다. 앳된 얼굴에 말할 때마다 어린 티가 묻어났지만, 훈련 때는 프로선수처럼 치열하고 진지했다.

 이강인은 여섯 살 때인 2007년 KBS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3기’에 나와 ‘축구 신동’으로 얼굴을 알렸다. 그는 2011년 발렌시아 유스팀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더 유명해졌다. 발렌시아에서의 활약은 대단하다. 지난해 스페인 엘체에서 열린 토르네오 국제대회에서 4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조별리그에서 프리킥으로 골을 넣는 장면을 본 스페인 국가대표 로베르토 솔다도(토트넘)가 트위터에 ‘10번 선수(이강인) 누구냐. 끝내준다’고 올렸다. 솔다도가 이강인에게 주목했다는 것이 한국 축구팬 사이에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강인은 “인터넷은 잘 보지 않는다”며 무덤덤했다.

 다른 유럽 명문구단이 이강인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하자 발렌시아는 지난해 12월 25일 이강인에게 6년 계약을 제안했다. 이강인의 가족이 스페인으로 건너와서 쓰는 생활비도 전액 지원하겠다고 했다. 발렌시아는 ‘다른 팀이 이강인을 데려가려면 43억원을 내야 한다’는 바이아웃 조항을 내걸었다.

 이강인의 일과는 규칙적이다. 오후 4시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 어머니가 차려준 한식을 먹는다.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 동안 훈련을 한 후 집에 돌아와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오후 10시면 정확하게 잠자리에 든다.

 “발렌시아는 지낼 만하냐”는 질문에 이강인은 “재밌어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답했다. 푸솔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거리. 이곳에는 8면의 축구장이 있는 발렌시아 훈련장이 자리 잡고 있다. 훈련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훈련이 시작되자 까맣게 그을린 이강인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는 연습 경기에서 성인들이 쓰는 고난도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이날은 약점으로 꼽혔던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골을 뽑았다.

 이강인은 “처음 발렌시아에 왔을 때 스페인 아이들에게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야유를 듣기도 했어요. 매년 또래 선수 3~4명이 팀을 떠나요”라고 했다. 지금 주전으로 뛰고 있어도 언제 생존경쟁에서 밀릴지 모른다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가장 닮고 싶은 선수를 물었더니 이강인은 단숨에 “마라도나”라고 답했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53)처럼 이강인도 왼발을 잘 쓴다. 이강인은 매일 마라도나의 활약상을 모아 놓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다고 했다.

푸솔(스페인)=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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