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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실세의 추기경 낙마 … 교황, 이탈리아파와 전쟁 중

프란치스코 교황
“올해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까요.”

 2013년의 마지막 날.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송년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추기경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의 말은 질문이면서 답이었다. 교황은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교회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 말하고자 이런 물음을 던진 것이다. 오늘날 11억 명에 이르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관습을 깨고 교회를 바꿔가는 그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는 14일 ‘바티칸, 내부로부터의 동요(Vatican shaken from the inside)’라는 표제의 기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보도했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교회를 송두리째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누가 어떻게 교회를 운영할 것인지에 관해 방향을 정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실행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출발은 인적 개편이었다. 동성애자에 대한 질문에 “내가 누구를 심판하겠는가”라 되묻고, 무슬림 재소자의 발도 씻겨줬던 교황은 “모두를 끌어안는 교회”로 함께 갈 수 있는 이들로 이른바 ‘팀’을 꾸렸다. 교황청을 좌지우지하던 ‘이탈리아파’의 기득권을 깨고 보수파 대신 온건파를 기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 세계 천주교 신자의 4%를 차지하는 이탈리아는 218명의 추기경 중 51명을 배출했다.

 지난해 9월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을 성직자성 장관에서 물러나도록 했고 지난달엔 미국 출신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해임했다. 버크 추기경은 동성애 및 낙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온 보수 인사다. 피아첸차 추기경은 교황청 보수파를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 제노아 교구의 라트시시오 버톤 추기경의 측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워 게임’에 대해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정책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켜본 아르헨티나의 기자는 교황과 로마의 오랜 갈등을 서술한 책에서 “교황은 순진하지 않다. 지금 그는 로마 교황청의 어느 한 집단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썼다. 지난 12일의 새 추기경 지명도 그 연장선이었다. 16명의 새 추기경(명예 추기경 3명 제외)은 아이티·부르키나파소 등 빈곤국 출신을 포함, 다양한 지역에서 배출됐다. 이탈리아 카톨릭의 전통적 실세였던 베네치아의 대주교는 추기경에 오르지 못했다.

 고위 성직자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조치도 취해졌다. 지난해 11월 바티칸은 성명을 발표하고 교황의 개인비서에게 바티칸 은행 감독 업무를 맡긴다고 밝혔다. 71억 달러(약 7조53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은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다. 최근엔 교황이 로마 근교에 있는 교황의 여름 휴양지인 ‘카스텔 간돌포’를 박물관이나 재활시설로 개조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움직임에 보수파는 반발하고 있다. “추기경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반발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파롤린 추기경은 “반대가 있겠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성령으로 어떤 저항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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