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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동기유발학기제, 70개 대학서 벤치마킹"

건양대는 23년의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초’ ‘유일’이라는 타이틀이 많다. 2004년 전국 4년제 대학 중 가장 먼저 학생 취업 지원을 위한 전용 건물을 마련했다. 2011년엔 전국 최초로 ‘동기유발학기’를 시행했다. 신입생들이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고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타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의대와 공대를 결합한 ‘의료공대’가 있는 유일한 학교이자, 담배를 끊거나 살을 뺀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 최초의 대학이기도 하다.

 10일 충남 논산캠퍼스 집무실에서 만난 김희수(86) 건양대 총장은 “남들은 ‘1등’ ‘최고’를 자랑하지만 우리는 ‘유일’ ‘최초’를 추구해 왔다”며 “비수도권, 후발 대학으로서 기존 대학과 차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현직 대학 총장 중 최고령자인 그는 건양대가 지방대 롤모델로 평가받는 비결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는 생존 전략”을 꼽았다.


10학기제, 매달 시험 … 취업률 74%

 - 2012년 설립한 ‘창의융합대학’도 국내 최초의 시도다.

 “파격적인 실험이다. 융합IT, 의약바이오, 글로벌프런티어 스쿨 등 3개 학부를 개설했고 올해 융합디자인 학부를 추가한다. 모든 학생이 전공 학위뿐 아니라 수학·문학·디자인·철학 등 기초교양학문을 배우는 ‘리버럴 아트(liberal arts)’ 학위도 함께 취득해야 한다. 폭넓은 지식을 갖춘 융합형 인재, 기업이 원하는 실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교수는 대개 삼성·현대·LG나 KOTRA에서 근무했던 분들이다.”

 - 교육 방식도 다를 듯한데.

 “기존 학사제도의 틀을 깼다. 1년 2학기 대신 4주를 1학기로 삼는 연 10학기제로 운영한다. 학생 주도의 팀프로젝트 중심이다. 노트·칠판에 적힌 걸 외우는, ‘기억에 의존하는 공부’에서 탈피했다. 교수 2~4명이 들어가지만 설명과 질문, 조언 등 코디네이터 역할만 한다.”

 김 총장은 대학 개혁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내곤 한다. 70여 개 대학에서 벤치마킹한 동기유발학기도 그렇다. “신입생을 만났는데 대학을 왜 왔는지 모르더군요. 당연히 의욕도 낮고,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 김 총장의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는’ 작업은 교수·직원·조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인 ‘싱크탱크팀’의 몫이다. 자유로운 토론과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으로 대안과 실행방안을 마련한다. 창의융합대학, 의료공대 등도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 동기유발학기엔 뭘 하는 건가.

 “입학 직후 4주 동안 ‘대학에선 뭘 배우고, 졸업하면 어디로 간다’, 이런 걸 배우고 체험한다. 뚜렷한 진로 목표를 정하고 학습 동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제약생명공학과 학생은 병원도 가보고, 디지털콘텐트학과 학생은 방송국을 방문하는 식이다. 심리성격·진로적성검사도 하고 외국어도 평가한다. 4주가 지나면 자신감도 붙고 표현력도 나아진다. 처음에 20~30%에 그쳤던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가 80% 이상으로 올랐다.”


총장 이름 걸고 학생 인성 보증서 발급

 - 의료공대의 개념은 뭔가.

 “일개 학과가 아닌 단과대 차원의 복합 교육과정이다. 의학·공학 두 분야 이론교육과 함께 대학병원·연구소·임상시험센터 등 의료보건 인프라를 활용한 실무교육을 한다. 졸업 후 곧바로 실전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의료 공학인을 양성하려는 거다.”

 - 해외건설플랜트학과를 신설한다던데.

 “연말에 첫 신입생을 모집하려 한다. 국내 최초의 해외건설 관련 정규학과가 될 거다. 국내 건설경기는 하향세지만 해외건설 붐은 여전하다. 해외건설협회 등이 제시하는 교육과정을 충족한 졸업생은 누구나 해외 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건양대에선 매 시간 강의 시작을 알리는 ‘수업 종’이 울린다. 모든 학과가 중간·기말고사 외에도 ‘수시 고사’라고 불리는 시험을 매달 치른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강도 높은 교육과 적극적인 취업 지원 덕에 이 학교 취업률은 10여 년 동안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취업사관학교’로 불린다.

 “대학이 졸업장만 주면 안 된다. 취업도 챙겨야 한다. 학과마다 취업 담당 교수를 한 명씩 뒀다. 취업률이 신통치 않으면 불러서 질책한다. 팔순 넘은 나도 기업에 찾아간다. ‘총장 위신 떨어뜨린다’는 소리도 나오지만 난 당당하다. 학생이 취업하려는 기업에 총장 명의의 ‘인성 보증서’도 발급한다. ‘총장이 책임질 테니 믿고 채용해달라’는 거다.”


“지역에 필요한 인재, 지역서 만들어야”

 - 요즘 기업은 인성에 관심이 높다.

 “올해 기초교양대학을 만든다. IT, 회계, 한문 같은 기초 지식과 함께 윤리·도덕·철학 등 교양 교육을 한다. 효, 봉사, 희생정신을 가르치려 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1·2학년은 지도교수와 함께 사회봉사, 스포츠, 독서토론 같은 단체활동을 하는 ‘파트너십 트레이닝’을 꼭 해야 한다.”

 - 학생들과 소통하는 총장으로 통하던데.

 “학교 식당에서 만나 떡볶이·순대를 함께 먹기도 하고, 통학버스에 타 옆자리 학생과 이야기도 한다. 시험 기간에 빵을 나눠준다고 ‘빵 총장’, 꽁초를 줍는다고 ‘꽁초 총장’이라고 부르더라. 1학년 때 한 번, 4학년 2학기 졸업 전에 한 번, 적어도 두 번은 모든 학생과 꼭 만나 대화한다.”

 논산·대전에 캠퍼스를 둔 건양대는 ‘지역 밀착형 대학’을 자부한다. 건양대 의대는 2000~2012년 정원의 60%를 대전·충남 소재 고교 졸업생에게 배정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도입하는 ‘지역인재 선발’의 모델이다. 지역 기업과의 산학협력도 활발하다. 공주시 유구읍 섬유업체의 디자인 개발을 돕고, 서천군의 특산품인 한산모시의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도 개발·제공했다.

 - 지역인재 선발을 도입했던 이유는.

 “지역과 대학은 공생관계다. 지역에 필요한 인재는 지역에서 만들어야 한다. 지역 출신 학생은 ‘야생화’, 수도권 학생은 ‘온실 속 화초’ 같다. 지역 출신은 대부분 과외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이 많은데, 1학년 때는 다소 더뎌도 3~4학년엔 다 극복하더라.”

 - 국내 최고령 총장이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많이 걷는 편이다. 체조도 하고 주말엔 골프도 친다. 주 2회는 역기로 근력운동도 한다. 규칙적인 생활이 모토다. 총장 회의에 가면 내가 제일 젊은 것 같던데….(웃음) 건강을 유지하는 한 더 열심히 뛰어보려 한다.”

 - 총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학생에 대한 열정이다. 열정이 있어야 교육이 된다. 학생들이 집에 머무르는 것보다 학교에 오길 좋아하는, 그런 대학을 만드는 게 내 소원이다.” 만난 사람=김남중 사회1부장,

정리=천인성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김희수 총장=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공주고,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미국 뉴욕 세인트 프랜시스 병원,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유학하면서 환자 몸을 씻겨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고 한다. 62년 서울 영등포에 ‘김안과’를 개원해 현재 전문의 40명, 직원 300명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안과전문병원으로 키웠다. 80년 논산 주민의 요청으로 폐교 직전의 학교를 인수해 건양중·고를 설립했다. 91년 건양대를 개교하고 2001년부터 직접 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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