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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을 짬 없다 컵밥 먹고, 자물쇠반 자청 … '9꿈사' 열풍

오후 1시 무렵 서울 노량진 학원가는 오전 수업을 마친 공시족들로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오후 2시 수업을 앞두고 컵밥 등으로 서둘러 점심을 먹는다. 11일 노량진 학원 골목 모습. [김경빈 기자]


공무원 정원이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세태가 변하고 있다. 특히 9급 공무원 정원이 대폭 확대되면서 넓어진 기회의 문을 두드리는 공무원 지망생이 증가하고 있다. 고졸자들이 공시족(公試族)에 속속 합류하는가 하면, 유명 대학 졸업자가 눈높이를 낮춰 9급 공무원에 도전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공직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공시족이 몰리는 노량진 학원가와 대학가를 따라가 봤다.



대한민국 공무원 100만 명 시대 <하>
노량진 고시촌 공시족 몰려
고졸·대졸·직장인 같은 꿈



서울 강동수도사업소에서 근무하는 김도협(20) 주무관. 그는 지난해 서울 강서공고를 졸업한 뒤 같은 해 8월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김 주무관은 “대학 졸업장을 따도 일자리를 못 구하는 마당에 불필요하게 비싼 대학등록금을 4년간 내는 것보다 고교 졸업 뒤 일찍 공무원이 되는 게 훨씬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술직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모(41)씨는 지난 11년간 울산의 한 전자부품 회사에서 일했다.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최근엔 구조조정 불안감이 커졌어요.” 결국 그는 지난해 3월 사표를 냈다. 9급 공무원 월급이 기업에 다닐 때보다 100만원가량 줄었지만 퇴직 이후 공무원연금을 생각하면 상당히 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공무원 정원 100만 명 시대’에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치안·복지 행정 수요가 늘면서 정부가 공무원 정원을 대폭 늘리자 공무원 시험 열풍은 더 거세지고 있다. 2009년 13만7639명이었던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는 지난해 20만4698명으로 치솟았다. 경쟁률은 74.8대 1에 육박했다. 취업난이 심각해진 데다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구조조정 위험이 적고, 연금 제도가 잘 돼 있어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재수학원가였던 서울 노량진 일대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公試族)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노량진 K 공무원학원에서 열린 2014년도 공무원 시험 요강 설명회엔 전국에서 3000여 명이 몰렸다. 이 학원 관계자는 “이런 설명회가 여러 차례 열리는데도 항상 자리가 모자란다”고 전했다. 스타강사 강의엔 수백 명이 몰려 추운 겨울에도 에어컨을 켜고, 수강신청할 땐 밤새워 줄을 서야 한다. 조금이라도 앞줄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 문을 열기 전 노트로 줄을 세워 자리를 맡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노트줄’은 복도를 따라 100여 권씩 이어지기 일쑤다.





 대전 소재 국립대에서 2학년을 마친 박모(24)씨는 이런 대열에 합류한 공시족이다. 공인회계사 를 생각했지만 이제는 공무원을 꿈꾼다. 세무사로 일하는 대학 선배가 “지방대 출신은 자격증이 있어도 학벌 때문에 성공하기 힘들다”며 공무원 시험을 권해서다. 박씨는 오전 6시에 일어나 밤 12시30분까지 공부한다. 시험 난이도가 높아지는 추세라 행정고시·사법고시 기출문제까지 풀었다. 생활비로 고시원(30만원)·학원(40만원)·식비 등 매달 100만원가량을 쓴다.



 3년째 노량진에서 9급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양모(33)씨는 “마음이 다급해진 수험생들은 자습시간에 밖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공부시간을 관리해 주는 ‘자물쇠반’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공부방에 감금하며 시험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 열풍은 대학가 분위기도 바꿔놓고 있다.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4학년 김영현(24)씨는 “경찰공무원 정원을 2013년부터 2만 명 늘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4년 전보다 학과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과에는 지난해부터 진로를 미리 알아보기 위해 고교생들이 찾아올 정도다.



 서울의 유명 대학 졸업생이 눈높이를 대폭 낮춰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성균관대 졸업반 전모(26)씨는 지난해 20개 대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진로를 9급 공무원으로 바꿨다.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공무원을 직업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9꿈사(9급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는 야심도 없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전씨는 “대기업에서 연봉을 더 받으며 밤 10~11시에 퇴근하는 빡빡한 삶보단 여유 있는 공무원 생활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의사·변호사도 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안정적인 공직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간제 일자리의 처우가 나쁘다 보니 공직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장세정(팀장)·신진호·김윤호·이상화·김혜미·이진우·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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