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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국정 전환도 검토" vs "교과서 장악하려는 의도"

일본군 위안부 관련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249쪽이 수정됐다. 지난해 전시본(왼쪽)에서는 ‘위안부는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표현돼 있다. 교학사는 최종 수정본(오른쪽)에서 ‘전선에 동원되어 강제로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로 수정했다.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현행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계의 개선안을 올 6월 말까지 내놓기로 했다. 국정 교과서로 전환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역사 교과서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공언했다”고 반발하고 나서 교과서 검정체제를 바꾸는 문제를 놓고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발행체계 개선안 놓고 충돌



 김희정 새누리당 제6정조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한 뒤 “현행 검정체제는 교육부의 감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인정체계나 마찬가지”라며 “사실에 기초해 역사를 서술하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이 담보돼야 한다는 두 원칙을 갖고 모든 개선책을 열어놓고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 교과서 전환을 포함해 모든 개선책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교과서 자율채택 보장장치도 마련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이날 오후 제주도에서 시·군·구 교육책임자에게 특강을 하면서 “새로운 교육 과정을 만들면서 균형 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국정교과서 전환을 포함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교과서를 편집·수정하는 ‘편수(編修)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발표했던 서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를 거친 직후 국정 교과서로의 전환 검토를 종전보다 강한 어조로 언급했다.



 편수조직 확대에 대해 “입맛대로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던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교육부가 대통령 한마디에,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말에 끌려 다니는 무소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이 사라진 만큼 교과서 혼란에 책임을 지고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것이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이냐”라며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신 회귀 프로젝트’를 당장 멈추라”고 말했다.



 당정은 학교가 교과서를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키로 했다. 김 위원장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채택 번복을 어느 선까지 인정해 줄지도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역사 교사 3명이 한국사 교과서 3종을 추천하는데 역사 교사가 한 명뿐인 서울 모 고교에선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근 학교 교사의 명의를 빌려 진행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공개했다.





  한편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한 수정·보완이 이날 최종 완료돼 인쇄 작업에 들어갔다. 8종 교과서는 총 2250건을 고쳐 썼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출판사 자체 수정은 총 937건이었는데 교학사가 751건(80%)으로 가장 많았다. 본지가 이날 발간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최종본을 입수해 수정 전 교과서와 비교해본 결과 친일 논란을 낳았던 ‘위안부는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표현은 ‘군 주둔지에서 착취당하였을 뿐 아니라 전선에 동원돼 강제로 끌려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로 수정됐다. 이 내용은 최종본 이전에도 ‘일제의 인적 수탈’이라는 제목 아래 ‘제시된 자료는 일제가 한국인의 인력을 강제 수탈한 사례들이다’는 설명과 함께 한 사례로 실려 있었다.





교학사 최종본 ‘친일 논란’ 표현 수정



 일본군의 독립군 ‘공격’을 설명하면서 ‘토벌’이란 단어를 쓴 부분도 ‘공격’으로 수정됐다. 이 교과서는 항일 의병과 일본군의 전투를 기술하면서 줄곧 ‘공격’이라고 표현하다 ‘일본군의 독립군 토벌 계획을 중국 당국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문장에서만 토벌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논란에 휩싸였었다. 교학사 김호영 홍보이사는 “전후 맥락을 살피지 않고 특정 부분만 부각해 친일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며 “교과서를 읽어보면 친일이 아니라 극일의 관점에서 쓰였고 독재 미화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려는 관점에서 썼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편향 비판을 받아온 미래엔 교과서는 대한민국을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했다가 수정본에서 ‘한반도 내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로 고쳤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교학사 교과서만 부각돼 그렇지 다른 교과서의 좌편향적인 내용도 문제가 있다”며 “근현대사를 좌절의 역사, 실패의 드라마로 그린 교과서도 엄밀한 잣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탁·윤석만·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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