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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황혼 재혼, 연금 재혼?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이혼과 재혼은 수레의 양 바퀴와 같다. 2004년부터 이혼이 줄어든 게 2년 뒤 재혼 감소로 나타난다. 그런데 50~60대의 황혼 이혼과 황혼 재혼은 는다고 한다. 자식 다 키운 뒤 묵혀둔 부부관계를 정리하는 거다. 황혼이혼은 경제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별은 더하다. 특히 여성에게 그렇다. 남편이 숨지면 전업주부로 있던 아내는 생계를 위협받는다. 남성보다 7년 더 오래 사는 것은 좋지만 가난하게 사는 건 달갑지 않다. 기댈 데는 연금밖에 없다. 사별하면 남편 연금의 40~60%를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52만 명이 이 돈을 받는데 93%가 여성이다.



 사별 후 재혼하면 연금이 따라갈까. 그렇지 않다. 유족연금은 재혼과 동시에 소멸된다. 새로 의지할 데가 생겼으니 거기에 기대라, 전 배우자 덕분에 받던 연금은 이제 줄 수 없다, 이런 논리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문화의 유산이다. 연금액수가 많기나 하면 모를까 평균 25만원밖에 안 되는데도 그리한다. 야박하다 못해 매몰찬 느낌이다. 지난 30년간 60세 넘은 여성의 재혼은 14배(남성은 3.7배)로 늘었다. 소멸제도의 피해는 여성 몫이다. 법무부가 배우자의 노후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상속재산의 절반을 우선적으로 배우자에게 주기로 법을 바꾸면 여성에게 주로 그 혜택이 돌아간다. 이런 마당인데 국민연금은 여성을 차별한다. 혹여 국민연금이 재혼의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해 544명의 유족연금이 소멸됐는데 이 중 상당수가 재혼 때문일 것이다. 재혼하되 혼인신고 안 하고 사는 편법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는 야박하지 않다. 프랑스·핀란드·벨기에는 거의 소멸하지 않는다. 독일은 없어지되 2년치 연금을, 오스트리아는 3년치를 일시금으로 준다. 노르웨이는 2년 안에 재혼이 깨지면 되살아난다. 우리처럼 재혼과 동시에 ‘0’이 되는 나라는 일본 정도다. 선진국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0%를 넘어 여성의 경제능력이 우리보다 훨씬 낫다. 우리는 10년째 50%를 약간 웃돈다.



 이혼하면 부부가 연금을 나눈다(분할연금). 이혼 후 재혼하면 연금은? 문제 없다. 계속 받는다. 헤어지는 것은 같은데 이혼이냐 사별이냐에 따라 연금의 운명이 달라진다. 여성 노인의 빈곤화를 막으려면 유족연금의 재혼소멸을 재고하든지 최소한 독일처럼 일시금이라도 고려하면 어떨까. 유족연금 액수도 좀 더 올릴 필요가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60%를 넘을 때까지 당분간이라도 그리하면 좋겠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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