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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역사교과서, 소모적 논쟁은 그만!

김신호
대전광역시교육감
지루한 역사교과서 논쟁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논쟁이 건전하다면 의미가 있지만 정파적 갈등과 이념대립의 표출이라면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 7월 20일자 중앙일보에 기고한 ‘대한민국 역사교육 이대론 안 된다’ 제목의 글에서 오늘날 역사교육 문제의 핵심은 역사교과서, 역사교사,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는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바로잡는 일이고, 이는 정부의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과 관리감독권 강화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출판된 8종의 고교 역사교과서의 수준은 내용·기술·표현 측면에서 창피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교과서 논쟁을 끝내려면 첫째로 교육부의 편수 조직과 기능을 확대·강화해 교과서의 발행·심사·검정을 국가가 책임지고 주관해야 한다. 일부 업무와 권한을 타 기관에 위임할 경우도 전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에는 국가교육과정을 관리하고 교과서의 발행과 검증을 전담할 전문적 편수조직이 없다. 교과서의 발행·심사·검정 등 모든 업무와 권한도 국사편찬위원회(국사), 과학창의재단(수학·과학), 한국교육과정평가원(영어·사회)에 위임돼 있고 교육부는 책임만 지게 돼 있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교과서의 집필과 편찬에 대해 내실 있게 관리·감독할 수 없다.



 둘째로 역사교과서의 개발과 검정에는 역사학자뿐 아니라 교육철학자, 교육과정 학자, 교육심리학자, 교과서 정책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역사교과서의 개발과 검정에 역사학자들만 참여하는 건 문제가 있다.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연구하고 규명하는 학자다. 역사교과서에 어떤 내용을 담아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서술해야 청소년들에게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공동체의 보편적 정신과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수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가정체성을 정립시킬 수 있는가는 다른 분야 학자들의 몫이다.



 셋째로 역사교과서 집필과 검정 기준을 상세하고 명료하게 재정비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가정체성 강조뿐 아니라 여타의 불필요한 이념대립과 논란의 소지도 최소화해야 한다. 검정을 통과한 역사교과서라도 추후 내용이나 기술에 오류가 발견되면 언제라도 수정해야 한다. 역사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일선 학교는 관련 법규와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국민은 일선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선택권 행사와 민주적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넷째로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는 현행 검정체제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최근 국정 전환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도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역사교과서의 편향적 기술과 심각한 오류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교과서 발행체제를 개선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



국정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아직 다양한 학설을 소화할 정도의 배경 지식과 가치관이 성숙하지 않아 사관과 학설이 분분한 검정교과서들이 난립할 경우 국가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국정체제의 획일적 기술방식은 역사 기술의 다양성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정권에 따라 교과서 내용이 달라질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오늘날 역사교과서 문제로 빚어지는 모든 논란과 갈등의 본질은 양심의 문제다. 자라나는 순수한 영혼들을 교육하는 게 신성한 일이라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할 일이지, 양심을 버리고 자신의 독선적 이념과 가치에 매몰돼선 안 된다. 지금은 역사교육의 천년 대계를 위해 모두가 마음을 열고 중지를 모을 때다.



김신호 대전광역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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