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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미국 경제 회복, 저절로 오지 않았다

이상렬
뉴욕 특파원
지난 10년 새 세계 경제를 이토록 곤경에 빠뜨린 장본인은 단연 미국이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그 후폭풍을 맞은 유럽은 재정위기에 빠져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랬던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친구들을 진흙탕에 끌어들이고선 혼자만 제일 먼저 빠져나와 새옷으로 갈아입는 형국이다.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고속 주행을 하던 당시로 복귀했다. 실업률이 그렇고, 주택가격이 그렇다. 주가는 아예 사상 최고치로 뛰고 있다. 경제를 살린 일등공신은 벤 버냉키가 이끈 연방준비제도, 즉 미국의 중앙은행이다. 금리를 신속히 제로 수준으로 내리고 무제한으로 돈을 푼 양적완화가 주효했다. 그런데 그게 다일까?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는 이미 일본이 1990년대 거품이 터지자 응급처방으로 사용한 바 있다. 그때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을 뿐이다. 버냉키 자신도 연준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어떤 면에서 우리가 쓴 정책은 특별한 게 없다. 중앙은행들이 위기 때면 해왔던 것들”이라고 했다.



 이번 경기 침체는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견줄 만하다고 해서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불린다. 의욕을 상실한 경제는 좀처럼 일어나기 어렵다. 돈만 쏟아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실물 경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달 초 미국이 어떻게 되살아났는지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초가 있었다.



첫째는 재닛 옐런 차기 연준의장의 상원 인준이다. 투표 결과는 찬성과 반대가 56대26이었다. 옐런은 역대 최소 찬성표로 인준을 통과했다. 하지만 다른 면도 있다. 이날 미국엔 100여년 만의 혹한으로 비행기 결항이 속출했다. 수십 명의 상원의원들이 투표장에 오지 못했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 의원 10여 명이 악천후를 뚫고 와 찬성표를 던졌다. 타협점을 못 찾아 연방정부 일시 정지까지도 가는 미국 정치지만, 이날만큼은 정파를 떠나 할 일은 하는 정치인들의 집념이 돋보였다. 둘째는 세계 최대 항공기제조회사인 보잉 노조의 투표다. 워싱턴주에 생산기지를 둔 보잉사는 미국 내 최고 수준인 임금 인상 제한과 연금 동결을 놓고 노조와의 협상이 불발하자 공장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자 일자리 유치에 혈안이 된 다른 22개주가 온갖 보조금을 제시하며 보잉사를 끌어당겼다. 보잉은 아예 노조 결성이 어려운 지역으로의 이전을 심각하게 검토했다. 이번엔 워싱턴주에서 난리가 났다. 주 정부는 보잉사를 붙잡으려고 87억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했다. 노조원들도 생각을 고쳐먹었다. 노조는 결국 복리혜택 축소를 받아들이는 대신 일자리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대침체를 극복한 미국의 사례는 앞으로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의 연구거리가 될 것이다. 결코 쉽지 않았던 그 과정은 우리 정치와 노사관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이상렬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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