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漢字, 세상을 말하다] 門可羅雀[문가라작]

세밑의 흥취와 새해의 기대는 어디서 오는 걸까. 물론 사람들마다 제각기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직장인들 입장에선 승진과 보너스야말로 연말연시(年末年始) 기분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양대 법보(法寶)와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이 어디 그리 녹록하던가. 오히려 그 반대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승진은 고사하고 회사에서의 퇴출이, 보너스는커녕 감봉(減俸)이 기다릴 수도 있다. 세상은 항상 명(明)과 암(暗)을 둘러싸고 돈다.



한무제(漢武帝) 때 이름난 두 현신(賢臣)이 있었다. 급암(汲?)과 정장(鄭莊)이다. 이들이 높은 관직에 있을 때는 손님의 마차 행렬이 마치 흐르는 물처럼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관직을 잃자 평소 청렴결백해 뇌물을 받지 않았던 이들은 하루 세끼 챙겨 먹기도 힘들게 됐다. 방문객 발길이 끊어진 것은 불문가지다.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 급정열전(汲鄭列傳)에 두 사람의 전기를 쓴 후 붓을 놓으며 탄식해 말했다. “세력이 있으면 빈객(賓客)이 열 배로 늘어나지만 세력을 잃으면 모두 떨어져 나간다. 하물며 보통사람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고.



사마천은 또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하규(下?)에 살았던 적공(翟公)이 한 말을 덧붙여 적었다. 적공이 정위(廷尉) 벼슬을 얻자 손님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 그러나 그가 면직되자 집 안팎이 얼마나 한산한지 ‘문 앞에 참새잡이용 그물을 쳐 놓아도 될 정도(門外可設雀羅)’가 됐다. 여기서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 문 앞에 참새 잡는 그물을 칠 정도로 쓸쓸하다’는 뜻의 ‘문가라작(門可羅雀)’이 나왔다.



한편 적공이 얼마 후 다시 벼슬길에 오르자 손님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에 적공이 대문에 이렇게 써 붙였다. ‘한 번 죽고 한 번 삶에 사귐의 정을 알고(一死一生 乃知交情) 한 번 가난하고 한 번 부유함에 사귐의 태도를 알며(一貧一富 乃知交態) 한 번 귀하고 한 번 천함에 사귄 정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네(一貴一賤 交情乃見)’. 조석(朝夕)으로 변하는 염량세태(炎凉世態)나 세상 인심의 경박함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여러분들, 혹시 연말연초에 보너스는 둘째 치고 새해 달력이라도 한 장 잘 챙기셨는지.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