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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무상급식 못하는데 … 의원들 임기말 홍콩 연수

광역시·도와 일선 시·군·구 의원들이 연초부터 줄줄이 해외출장을 떠나고 있다. ‘정책관련 시찰 및 자료 입수’ 또는 ‘지역 간 교류’를 내세우지만 대부분 관광 일정으로 잔뜩 채워져 ‘해외 유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홍구(59·새누리당) 의장을 비롯한 합천군의원 9명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7박8일간 터키를 돌아보는 중이다. 이스탄불을 비롯해 석회암 지형으로 이름난 파묵칼레, 모래바위가 오랜 세월에 걸쳐 깎여 절경을 이룬 카파도키아 등 관광지와 역사문화 유적지를 주로 탐방한다. 의회가 제출한 ‘공무 국외여행 계획서’에는 여행 목적이 “문화관광시설 보존활용 실태와 보존 기술, 문화관광 정책 마인드를 벤치마킹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일정 대부분은 관광·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이고, 문화관광 정책이나 보존 기술 담당자를 만나는 시간은 일부로 알려졌다. 유람 성격이 짙다. 출장엔 의회사무과 직원 6명이 함께 간다. 합천군은 여기에 4111만2000원을 지원한다.


"선진국 연구"라면서 관광지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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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의회 김종천(46·민주당) 복지환경위원장과 남진근(55·새누리당) 의원 등 9명은 7~10일 3박4일 동안 중국 하얼빈(哈爾濱) 일대를 돌아왔다. 다문화·소수민족 정책 시찰과 더불어 얼음축제인 ‘빙설 대세계’ 등을 관람했다. 대전시가 1220만원을 대고 의원들이 1인당 20만원씩을 추가 부담했다. “축제를 봤는데 외유성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하얼빈을 다녀온 남진근 의원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보고 들은 내용을 충분히 시정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뿐 아니다. 전남도(건설소방위), 대구 서구, 경기도 화성시, 충남 아산시, 경남 남해군 등의 지방의원들이 줄줄이 해외출장을 갔다 왔거나 곧 떠날 예정이다. 대부분 1인당 200만원씩 지방자치단체 예산 지원을 받는다. 연초부터 지방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출장에 나서는 것은 “지방선거 전에 예산을 쓰고 보자”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 안전행정부 규정상 지방의원에게는 지자체가 연간 200만원까지 해외 여비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6·4 지방선거가 있다. 자칫 선거에서 떨어지면 2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지방의원들은 또 3, 4월께부터 지방선거에 매달려야 한다. 그래서 일찌감치 신년 벽두부터 해외로 나가고 있다.

 상당수 해외 출장이 법규를 어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행비 지원은 ‘공무 관련’일 때만 가능한데, 지방의원들이 관광에 치중하면서 돈을 타내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허술한 규정이 문제다. 현행 규칙상 해외에 갔다 온 뒤에는 30일 내에 보고서를 내면 된다. 관광을 하고서도 인터넷에서 정책 자료를 찾아 적당히 꾸며 올려놓으면 그만이다. 2011년 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만들어 의원 스스로 외유성 연수를 제한하라고 권고했으나 이에 따른 것은 241개 광역·기초지자체 중 대전 대덕구 등 50곳뿐이다.


연수 계획, 사전에 주민에 공개해야

 올해는 지자체들이 예산이 부족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어서 지방의원들의 외유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대구 서구의회 김진출(62·새누리당) 의장 등 의원 9명은 의회사무국 직원 5명과 함께 13일부터 4박5일간 대만과 홍콩에 다녀온다. 고궁박물관·전통시장 방문 같은 관광 일정이 들어 있다. 경비 2600만원은 전부 서구가 댄다. 무상급식조차 제대로 못하는 빠듯한 상황에서 의원 여비는 지원한다. 서구는 돈이 없어 17개 초등학교 중 9곳, 9개 중학교 중 2곳에서만 전면 급식을 하고 있다. 학생 수 400명 이하인 학교만 무상급식을 한다. 김 의장은 “예산이 빠듯한 것은 알지만 의원들 견문을 넓히고 선진 사례를 연구하는 데 필요해 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안목을 높인다는 긍정적 면이 있어 해외 연수를 아예 금지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사전에 연수 계획서를 공개해 주민이 반대할 때는 가지 못하게 하는 등 외유성 나들이를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진호·임명수·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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