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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좋은 인연이 모여 좋은 인생이 된다

[일러스트=강일구]

주철환
PD
김진혁 공작소에선 무엇을 공작할까. 내가 아는 김진혁은 공작원이 아니라 다큐멘터리PD다. 토목공학 전공자라 ‘튀는’ 이름을 지은 게 분명하다. SBS스페셜, EBS세계테마기행을 연출했고 KBS2부작 ‘당신의 몸’으로 주목받았다.

 사제의 연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호형호제다. 인격적인 스승보다 인간적인 형이 홀가분하다. 1991년에 나는 방송사PD, 그는 방송아카데미 수강생이었다. 20년 지나서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 작품에서 그의 숨결을 느껴온 까닭이다. 살결보다는 숨결이 강렬하다. 그래서 오래 간다.

 대뜸 문장 하나를 기억해낸다. “넌 얼굴이 잘생겼으니까 좋은 인상 밑천 삼아 좋은 인생을 연출해라.” 다른 말도 많이 했을 텐데 그 말을 20년 넘도록 간직해온 거다. 그걸 선물처럼 꺼낸 것이다. 두렵고(?) 신기하다. 만약 “잘생긴 거 믿고 까불다간 한 방에 훅 간다”고 위협했다면 재회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겁을 주는 건 이류의 처신이다. 희망을 주면 보복 대신 보답이 온다.

 방송 중인 월화드라마 중에 ‘따뜻한 말 한 마디’라는 게 있다.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제목이다. 진심이 담긴 따뜻한 한 마디로 좋은 인연이 시작된다. 좋은 가정, 좋은 사회가 펼쳐진다. 어린이, 젊은이의 가슴에서 자란 그 씨앗이 꽃으로 자라 황혼의 들녘을 물들인다면 돈 없는 노후도 그다지 서럽지 않을 것이다.

 부모와 교사에게 나는 ‘8따2따0따’를 권한다. 열 마디 중에 여덟은 따뜻하게, 두 마디는 따끔하게, 그러나 따분한 말은 아예 하지 말라는 거다. 나는 기억한다. 그때 그 말이 얼마나 졸렸고 지겨웠는지. 상처를 주면서도 널 위해 하는 말이라고 우기던 그 어색한 표정. 사랑과 지혜가 없는 화자의 쓴소리는 청자에겐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걸 길게 하는 건 시간을 도둑질, 난도질 하는 행위다. 돈 훔치는 사람만 나쁜가. 시간을 훔치고 흠집 내는 사람의 죄질도 가볍지 않다.

 김 PD에게 어머니 안부를 물었다. 손영자 여사는 당시 쉰이 넘은 나이로 드라마작가반에 다녔다. 아들은 PD, 어머니는 작가. 특별한 모자 이야기만으로도 ‘인간극장’ 한 주 분량은 거뜬히 뽑아낼 수 있을 게다. 어머니가 지은 드라마는 방송을 타지 못했지만 그녀가 키운 자식 셋의 인생은 드라마보다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아들의 표정에 자부심이 묻어난다.

 ‘공작’ 중인 MBC다큐의 제목이 ‘죽을 때까지 젊고 싶은 당신’이란다. 취재와 촬영에 시간이 금싸라기일 텐데 뜻밖에도 요즘 춤에 푹 빠져 있단다. 하기야 춤은 몸의 움직임 자체가 예술이 되는 각별한 장르다. 그의 춤바람이 어떤 명작을 빚어낼까. 그 감상평은 다시 20년 후에 전할지도 모르겠다.

주철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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