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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쌩 한국 썰매, 그 뒤에 강광배

한국 썰매가 소치 겨울올림픽 8개 종목에 참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사진은 2012년 2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남자 봅슬레이 4인승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 강광배 FIBT 부회장은 “빠른 시간에 세계적 수준에 오른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대한민국이 썰매를 타고 소치로 달린다. 변변한 슬라이딩 트랙 하나 없는 썰매 불모지에서 땀 흘린 선수들이 대거 소치 겨울올림픽에 참가한다. 1989년 루지경기연맹이 창설된 지 25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한국 썰매가 이제 세계 무대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지난 주말 남녀 봅슬레이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면서 한국 썰매는 스켈레톤 여자 1인승을 제외한 올림픽 8개 종목에 대표 선수들을 내보내게 됐다. ‘한국 썰매 개척자’인 강광배(41·사진) FIBT(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부회장은 “빠른 시간에 꾸준하게 성장한 후배들이 대견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대표 선수들은 강 부회장이 선발전을 통해 뽑았다. 경기장이 없어 100m 길이의 경사진 롤러 트랙에서 선발전을 열어왔다.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의 경기 방식은 각각 다르다. 봅슬레이는 2명, 4명 등 여러 명이 원통형 썰매에 타고, 스켈레톤은 썰매에 엎드려서, 루지는 썰매에 누워서 탄다. 국내 선수에겐 모두가 어렵고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전주대 3학년이었던 94년 루지로 선수 생활 시작한 강 부회장은 20년 동안 종목을 넘나들며 한국 썰매의 신기원을 개척했다.

 98년 나가노 올림픽 때 처음 루지에 출전했던 강 부회장은 훈련장을 찾아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빈털터리로 갔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고 썰매를 탔다.

한국이 FIBT에 가입되지 않아 자비를 털어 연맹 가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단체종목인 봅슬레이에 도전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선수 발굴에 나섰다. 강 부회장은 98년 루지, 2002·2006년 스켈레톤, 2010년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연달아 겨울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썰매 3개 종목 모두에서 올림픽 대표가 된 사람은 세계에서 강 부회장이 유일하다. 선수 은퇴 후 2010년 9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FIBT 집행부에 입성했다.

 행정가로서 그의 질주는 더 빠르고 힘찼다. 강 부회장은 2010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부근에 스타트 훈련장을 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자신이 선수로 뛰며 느낀 문제점을 후배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전용 경기장에 앞서 스타트 훈련장을 먼저 만들 것을 주장했다. 그는 “썰매 성적의 90%는 스타트에서 결정된다. 레이스 중후반에 괜찮아도 스타트 기록이 좋지 않았던 것이 내게는 큰 약점이었다”면서 “얼음에서 하는 건 아니더라도 롤러 형태로 된 현재의 스타트 훈련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계절 내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우리 선수들 기록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의 스타트 능력은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크게 향상됐다.

 썰매 종목이 어렵게 희망의 싹을 틔운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강 부회장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으로 만족해선 안 된다. 진짜 중요한 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겨울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을 보여주려면 소치에선 적어도 10위권에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부회장은 썰매 종목이 많은 이에게 꿈을 주기를 바랐다. 그는 지난 7일 대륙간컵 첫 금메달을 따내며 스켈레톤 에이스로 성장한 윤성빈(20·한국체대)을 예로 들었다. 강 부회장은 “썰매를 타기 전 성빈이는 꿈이 없었던 아이였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스켈레톤을 만나 썰매를 타면서 책임감이 생겼고, 목표의식을 갖게 돼 입문 19개월 만에 뛰어난 선수로 성장했다”면서 “한국 썰매가 불과 2~3년 사이에 이 정도까지 올라온 걸 보면 앞으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썰매가 새로운 희망을 주는 종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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