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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부터 일 건성건성 무두일, 누군 밥도 못 먹고 야근

대한민국 공무원 정원이 올해를 기점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 시대’에 진입했다. 복지와 치안 수요가 급증했다는 이유로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린 결과다. 공직사회의 몸집은 커졌지만 공무원들의 업무 형태 변화는 더디다. 치밀한 직무 분석을 통해 일이 적어 노는 공무원을 격무에 시달리는 직무에 전환 배치하는 등 인력 운용 시스템의 개혁이 시급하다. 공무원 근무 실태를 현장점검했다.




세종시 한 부처 오후 3시 빈자리 더 많아

세종청사, 장관 회의 주재하는 월요일엔 일하는 척(그림 왼쪽), 직속상관이 출장 가는 주 중반에는 건성건성(그림 가운데), 목요일부터 마음은 주말, 수도권 귀가 위한 짐 싸기(그림 오른쪽).

#10일 오후 3시 무렵, 정부세종청사 4층. 1단계로 입주한 7개 중앙정부 부처가 몰려 있는 청사 연결 통로를 따라 본지 취재팀이 사무실을 하나씩 체크해 봤다. 일하는 공무원보다 빈자리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부터 근무 분위기가 느슨해지고 금요일 이 시간쯤 되면 세종청사는 아예 파장 분위기다. 세종청사 근무 공무원 중 세종시에 거주하는 사람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무원들은 금요일 오후가 되면 서울 등으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서울에 머무는 부처 장·차관은 금요일엔 거의 대부분 세종청사를 비운다. 세종시 공무원들의 금요일 근무 태도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차관을 필두로 실·국장에서 과장까지 연쇄적으로 간부들이 사무실을 비우는 날이 많아지는 바람에 세종청사에서는 ‘무두일(無頭日)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업무 지시를 하는 두목(Boss)에 직속상관을 빗댄 공무원 사회의 신종 은어다. 직속상관이 자리를 비우니 업무 감독이 제대로 안 돼 하급자가 건성건성 일하게 되는 것이다.

 #10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경찰서 산하 홍익지구대. ‘불금(유흥가로 몰리는 불타는 금요일)’을 맞아 지구대 안에 앉아 있던 경찰관 3명은 무전과 전화를 받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홍대 근처에서 술 취해 싸우거나 쓰러진 사람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야근조 12명 중 나머지 9명은 순찰을 돌고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지구대는 전국에서 사건 신고가 가장 많은 곳이다. 한 경찰관은 “하루 신고 건수가 120건인데 90% 이상은 음주 폭력과 관련된 사건”이라며 “야간 당직 서는 동안 1인당 최소 4건 정도의 사건을 처리하고 수시로 순찰을 나가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식사도 제대로 못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로와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직한 경찰관은 46명이었는데 이 중 30명이 과로로 인한 뇌출혈과 심근경색 등으로 숨졌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공무원 정원 100만 명 시대’에 진입했지만 공직 사회의 업무 강도는 ‘극과 극’이다. 한쪽에서는 파김치가 되도록 일하는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눈치나 보면서 대충 시간을 때우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업무 강도는 중앙 부처별로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같은 부처와 지자체 내부에서도 직무에 따라 판이하게 희비가 엇갈린다. 중앙과 지방의 업무 강도 차이도 두드러진다.

 중앙부처 중에서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는 상대적으로 일이 세다. 기재부 세제실이나 예산실 직원들은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는 기업 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가야 하는 업무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원이 500명 선에서 묶여 항상 일손이 부족하다. 경제민주화 법안 7건이 지난해 통과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해양수산부다. 박근혜정부에서 조직이 부활해 10개월가량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처·직무·지역별 노동 강도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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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부처에선 직무별로 업무 강도 차이가 크다. 서울에 남아 있는 한 중앙부처의 9일 오후 3시쯤 풍경을 들여다봤다. 한 사무실에 가보니 ‘간식타임’이 한창이었다. 공무원 4~5명이 빵과 음료가 놓인 테이블에 둘러앉아 사적인 대화를 20분가량 이어갔다. 다른 과를 찾아갔더니 직원 절반이 모니터 대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 공무원은 “새 정부의 중점 과제에서 비켜나 있는 과들은 솔직히 여유가 좀 있다. 대통령과 장관이 직접 챙기는 사안에 따라 업무 강도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체납세금 징수 업무를 담당해온 서울시 공무원 K씨는 최근 민원인 대신 구청 공무원을 상대하는 다른 과에서 일하기 위해 전직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4년 넘게 세금을 체납한 민원인들과 직접 만나다 보니 진이 빠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세금을 체납한 자동차를 견인하는 날이면 오전 7시에 현장으로 출근해야 했다. 체납자가 출근하기 전에 자동차를 견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액 체납자의 동산 압류가 있는 날이면 오후 7시 무렵에 압류를 시작해 서류 작업을 마치는 오후 10시에 퇴근했다. 김씨는 “욕설을 듣는 건 일쑤고 동료 중에는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느슨해진 조직, 만취 폭언에 도박까지

 반면 일선 구청 세무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다. 서울시 A구청 관계자는 “6급 공무원인 경우 구청에선 팀장으로 일할 수 있지만 서울시청에 들어가면 팀원으로 일을 해야 한다”며 “시와 구 간에 인사 교류를 하지만 일이 많은 시청 근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도 부서와 지역에 따라 업무 강도가 크게 다르다. 업무 특성상 특수부·강력부는 다른 부서보다, 지검은 고검에 비해 업무가 많다.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한산하다. 서울중앙지검에서 3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초 지방검찰청의 형사부로 발령 난 한 평검사는 “이곳의 업무량은 서울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처리 사건 수도 적지만 사건의 난도와 결재 스트레스도 지방이 훨씬 낮다. 정기 인사 때마다 검찰 조직 전체가 좋은 보직을 놓고 경쟁하느라 들썩이는 이유다.

 근무 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일탈 사례도 잦다. 근무시간에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오후에 사무실을 비우거나(대구시 산하 공기업 5급 공무원 2명), 만취 상태에서 직원에게 폭언을 하다 안전행정부 감찰에 적발(충주시청 5급)되거나, 업무 시간에 도박을 하다 적발돼 3개월 감봉 처분을 받은 공무원(경남 사천시 5급과 6급 공무원 등 5명)도 있다. 전남 경찰청 소속 S경사(40)는 차량무인단속 업무를 맡았지만 하루 평균 2~3시간씩 주식투자를 하다 적발돼 산하 경찰서로 좌천됐다.

◆특별취재팀=장세정(팀장) 기자, 세종·전주·안산·제주=김동호·권철암·최모란·최충일 기자, 강기헌·심새롬·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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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