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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도 제네시스 벤치마킹하게 만들겠다"

박준홍(왼쪽)·지요한 현대·기아차 수석연구위원이 9일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R&H시험동 앞에서 신형 제네시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현대·기아차]

“우리보다 미쓰비시가 더 감회가 새로울 걸요?”

 박준홍(51) 현대·기아차 수석 연구위원(이하 수석)은 일본 미쓰비시와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뒤집힌 현재 상황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가 갓 입사했던 1985년 현대차의 기술제휴 파트너였던 미쓰비시는 하늘이었다. 박 수석은 누가 훔쳐 볼세라 손으로 종이를 가리면서 자료를 작성하던 미쓰비시 엔지니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30년이 지난 지금 현대·기아차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업체가 된 반면 미쓰비시는 이 분야에서 내일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자료 해석을 위해 팔자에 없던 일본어 공부를 해야 했던 현대차 신입사원은 현대·기아차 연구인력을 대표하는 수석 연구위원이 됐다.

 지난 연말 현대·기아차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수석 연구위원직 신설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만여 명의 연구인력을 대표하는 13명의 연구위원 중 2명을 뽑아 ‘수석’ 타이틀을 붙였다. 박준홍 수석과 지요한(50) 수석이다. 9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에서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두 수석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공학박사인 둘은 서울대 공대 82학번 동기고 현대차가 첫 직장이다. 입담 좋은 박 수석은 머리 좋은 개구쟁이를, 차분한 지 수석은 모범생을 연상케 했다.

 박 수석은 국내 최고의 자동차 주행성능(Ride&Handling) 전문가다. 호평을 받고 있는 신형 제네시스의 주행 부문을 완성한 것도 박 수석이다. 그는 입사 후 운전을 다시 배워야 했다. 주행성능을 연구하려면 레이싱 선수처럼 차를 극한까지 몰아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고속후진한 뒤 급선회해 방향을 180도로 돌리기, 성룡 영화에 나오는 좁은 틈 사이에 고속으로 주차하는 기술 등을 배웠죠. 낭떠러지길인 미국 1번 국도에서 고속 회전을 하다가 머리털이 쭈뼛 섰던 아찔한 기억도 있습니다.”

 지 수석은 국내 최고의 디젤 엔진 전문가다. 97년 세계 3대 엔진개발업체로 불리는 독일 FEV에 파견돼 선진 기술을 배웠다. 그는 “디젤 엔진은 엔지니어의 경험과 기술력에 따라 품질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지 수석은 “2002년 내놓은 1세대 디젤 엔진(1500cc)이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수준이었다면, 2009년 2세대 엔진(2000cc)은 글로벌 업체와 경쟁이 시작된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배기량별 디젤 엔진을 모두 개발한 상태다. 지 수석은 “언제라도, 어떤 차에라도 디젤 엔진을 올릴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두 사람에게 전무급 대우를 하면서 연구에만 전념하는 보직을 준 것에 대해 지 수석은 “재빠른 추격자에서 창조적 선도자로 도약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해외에 가면 현대·기아차의 사업적 성공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에 기여한 게 무엇이냐’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세계를 선도할 기술을 만들고 내재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현대·기아차의 현 주소는 어디일까. 지 수석은 “디젤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강력한 도전자 위치까지는 갔다”고 진단했다. 박 수석은 2세대 제네시스 출시 이후 자신감이 붙었다. “제네시스 이전에는 독일차와 차이가 났지만 지금은 아니다. 10여 년 전 국제회의에서 도요타 사람을 만났는데 ‘EF쏘나타를 뜯어보다가 덮었다. 기술력 있는 차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더라. 그런데 3년 전에 도요타 사람을 만나니 이제는 우리 차를 죄다 뜯어본다고 했다. GM도 마찬가지다. 해외업체가 우리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표를 물어봤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 최고인 폴크스바겐의 디젤 엔진을 뛰어넘는 엔진을 만들겠다.” 신중하던 지 수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과감한 목표였다. 자신감이기도 했다. 박 수석의 목표는 3세대 제네시스의 개발이다. 그는 “2세대 제네시스에 우리가 둘 수 있는 수를 다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일어설 무렵 박 수석이 목표 하나를 덧붙였다. “그런데 아직 BMW는 현대·기아차를 안 뜯어본다고 하데요. 거기도 이제 우리를 벤치마킹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BMW가 2세대 제네시스는 뜯어봤으면 좋겠네요.”

화성=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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