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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일본·미국펀드 날았다

“한마디로 ‘덜 잃고, 덜 벌자’는 펀드죠. 겁 많은 사람들에게 딱 맞아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말하는 가치주펀드의 특징이다. 기업의 성장이란 ‘꿈’에 베팅하기보다는 당장의 가치와 안정적인 배당이란 ‘현실’에 집중한다. 그러니 목표도 ‘금리보다 좀 높은 수익’이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회사들이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년 내리 수익률 1위(15.35%) 운용사가 됐다. 간발의 차로 2, 3위를 차지한 신영자산운용(15%), 에셋플러스자산운용(14.3%) 역시 대표적인 가치주펀드 운용사다. 평가대상인 46개 운용사(순자산 300억원 이상) 중 지난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낸 곳은 이들 세 곳뿐이다.

 반면 수익률 기대치가 높은 성장주 펀드의 부진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주식형 펀드 환매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가치주펀드로는 오히려 돈이 들어왔다. 펀드 투자자들도 ‘대박의 꿈’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노리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저성장이 일상화된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나타난 펀드 지형의 변화다.


국내 주식형 평균 수익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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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가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지난해 펀드 성과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3%에 그쳤다.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2.9%)에 돈을 넣은 것보다도 얻는 게 적었다. 물가상승률(1.3%)에도 못 미치니 실질 수익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무엇보다 코스피 상승률이 0.72%에 그친 데다 주가가 오르내린 폭도 좁고 밋밋했던 탓이다. 펀드가 움치고 뛸 여지 가 적었다는 얘기다. 지수와 수익률이 유사하게 움직이는 대형 펀드, 그룹주 펀드들의 실적이 바닥권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중소형·내수·배당주 상대적 선전

 그래도 주로 저평가된 중소형 가치주,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에 투자한 펀드들은 괜찮았다. 수익률 1위를 차지한 IBK중소형주코리아(34.73%)가 대표적이다. 유명 대형 펀드들 중에서도 가치주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1(19.4%), 신영마라톤A1(15.34%)이 이름값을 했다.

 신영증권 오광영 연구원은 “지난해 대형주·수출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 반면 상반기에 중소형주·내수주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면서 “세계적인 저금리·저성장에 안정적인 배당의 매력이 높아지자 가치주펀드가 선호하는 배당주·우선주도 강세를 띠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주가의 흐름은 크게 보면 2012년 이후 올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국내와는 달랐다.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일본(45.31%), 미국(33.22%), 유럽(20.31%) 펀드에선 ‘대박’이 속출했다. 특히 일본 아베노믹스의 위력은 강력했다. KB스타재팬인덱스(54.94%)를 필두로 수익률 상위 7개 펀드가 모두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반면 신흥시장의 대표주자격인 브라질(-20.17%), 인도(-6.28%) 펀드는 참담한 성적을 냈다.


중수익·중위험 투자 뚜렷해져

 투자환경의 변화에 따라 펀드 투자자들은 수익률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고위험·고수익’ 자산에서 ‘중수익·중위험’ 자산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ETF 제외)에선 7조3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하지만 가치주·배당주펀드로는 빠져나간 돈보다 들어온 돈이 오히려 많았다. 신영자산운용에는 8736억원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는 5998억원이 순유입됐다. 해외 펀드도 마찬가지다. 주식형에선 4조5000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상대적으로 채권 비중을 높인 ‘혼합형 펀드’로는 자금이 들어왔다. 주식 매매 차익보다는 배당과 이자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노리는 ‘인컴펀드’가 대표주자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된통 당했던 탓에 선진국 증시의 급등에도 섣불리 주식에 올인하길 꺼리 는 것”이라면서 “저성장·저금리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펀드 리모델링에 나선 듯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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