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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 향 가득 육즙 촉촉한 패티와 번·야채의 조화

1 BBQ 버거. 육즙이 흐르는 스모키한 향의 패티가 일품이다. 구운 양파, 저염 베이컨, 토마토, 양상추, 피클 등이 함께 출연한다.
우리나라에서 햄버거는 좀 억울한 대접을 받아온 음식이다. 정식 음식이라기보다는 간단한 스낵쯤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맛보다는 그저 간편하게 한 끼 때우기 위해서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Fast Food) 체인점을 통해 우리나라에 햄버거가 정착했기 때문에 그 저가의 간편식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30> ‘투 브로즈’의 햄버거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좀 다르다. 저렴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팔기도 하지만 내로라하는 고급 레스토랑들에서 정식 메뉴로 올려놓은 곳들도 많다. 수제 고급 햄버거 전문점도 적지 않다. 그런 곳에서 맛보는 햄버거는 기계로 찍어내듯 만들어 내는 패스트푸드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 슬로푸드(Slow Food)다. 요리로서의 존재감도 충분하고 맛도 아주 좋다. 부드럽고 달콤한 햄버거 번(Bun: 둥글고 작은 빵)과 육즙이 살아있는 패티(Patty), 그리고 여러 가지 야채와 소스가 잘 어우러져 있는 고급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 때의 그 조화로운 맛이란 쉽게 잊기 어렵다.

근래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햄버거를 표방하는 전문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제대로 맛을 내는 곳은 생각보다 찾기가 힘들었다. 막상 가보면 디자인과 분위기만 그럴듯하게 해놓고 정작 햄버거 맛은 수준 미달인 경우가 많았다. 싸구려 수준의 패티에 화려한 토핑과 소스로 소위 ‘화장발’만 내세워서 넘어가는 곳들도 꽤 있었다. 고급 햄버거를 정식 요리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패스트푸드의 고급화 버전으로 쉽게만 접근하기 때문인 것 같다.

2 외부 모습. 작고 아담한 곳이지만 큰 길가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3 투 브로즈 카운터. 사진 주영욱
지금까지 가봤던 고급 햄버거 전문점 중에서 내 기대에 가장 맞는 햄버거를 만들어 내는 곳은 이태원에 있는 ‘투 브로즈(Two Broz)’라는 곳이다. 의상 디자이너 출신인 서정욱(31) 대표가 직접 요리하면서 운영한다. 호주에서 잠깐 사는 동안 맛보았던 고급 햄버거의 맛에 감탄해 직접 식당을 해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로 돌아와서 일단 배우려고 수제 햄버거 가게에 취직을 했는데 그 가게가 바로 지금 운영하고 있는 그곳이었다. 2년 동안 직원으로 일하다가 직접 인수를 해서 운영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요리 경력은 짧지만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겠다는 열정이 아주 대단한 젊은 사장님이다.

이곳의 햄버거는 재료 하나하나가 아주 정성스럽게 준비되고 그런 만큼 고급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햄버거에서 제일 중요한 패티는 식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도록 소 앞다리 살을 적당히 갈아서 사용한다. 또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하게 섞이도록 세심하게 비율을 조절한다. 여기에 각종 양념을 넣고 직접 주먹으로 쳐대면서 섞어 점도가 생기도록 한다.

둘째로 중요한 햄버거 번은 독일인이 운영하는 이태원 빵집에 직접 레시피를 주고 주문해서 사용한다. 일반 햄버거 번을 사서 쓰는 것보다 3배가량 원가가 더 비싸게 든다. 야채들은 더 싱싱하게 씹히도록 얼음물에 담갔다가 사용하고, 양파는 찬물에 넣어서 미리 매운맛을 뺀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소금도 안데스 소금이라고 하는 비싼 고급 소금을 쓴다.

패티는 그 맛을 최대로 살리기 위해서 두 번 굽는다. 뜨거운 주물판에서 일차로 빨리 구워서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게 방어벽을 만들고, 그다음에 숯불 위에서 다시 구우면서 불 향을 더해 완성한다. 번과 양파를 준비할 때는 패티를 구운 주물판에서 살짝 데워서 남아있는 기름이 배어들도록 한다. 패티와 맛이 더 잘 어울리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다.

이렇게 만들어진 햄버거는 한마디로 입에 착 달라붙는다. 적당히 따뜻하게 데워진 햄버거 번이 입에 부드럽게 닿으면서 기분 좋은 첫인사를 해주고, 뒤이어 숯불 향 가득한 촉촉한 패티가 야채들을 육즙으로 적시면서 입안에서 함께 즐겁게 씹힌다. 재료 어느 것 하나 따로 놀지 않고 함께 잘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맛이 충실해서 바로 이것이 고급 햄버거로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잘 만들어진 햄버거는 참 맛있는 음식이다. 비만의 주범이라고 종종 비난을 받곤 하지만 그것도 사실 햄버거의 책임이라기보다는 패스트푸드로 만들어 버린 사람들의 탓이 크다. 그리고 함께 붙어다니는 감자튀김과 콜라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햄버거보다 칼로리가 더 많은 음식들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아무튼 이래저래 햄버거는 좀 억울하다!

**투 브로즈(Two Broz):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6-8 전화 02-790-0610 일요일도 영업한다. BBQ 버거 9800원



음식ㆍ사진ㆍ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전문가이자 여행전문가.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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