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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탄저균 대재앙 막아라 … 일본 추리 문학의 최전선

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박하

370쪽, 1만4000원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은 독자를 쉼없이 달리게 한다. 스키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설산을 내달리는 듯한 압도적인 속도감을 선사한다.



 다이호대 의대 연구원이었던 구즈하라는 탄저균을 조작해 생물병기 ‘K-55’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연구소에서 해고당한다. 구즈하라는 연구소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 생물병기를 몰래 빼내 스키장의 설산에 숨긴 뒤 3억엔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낸다.



 협박범과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기대한 독자라면 이내 당황할 터. 범인 구즈하라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단서는 구즈하라가 보낸 설산과 방향탐지 발신기를 숨긴 테디베어를 걸어둔 너도밤나무를 찍은 두 장의 사진 뿐이다. 생물병기를 찾는 일은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다. 연구소의 만년 선임연구원인 구리바야시는 두 장의 사진을 단서 삼아 스노보드 마니아인 중학생 아들과 함께 일본 전역의 스키장 중 유력한 곳을 찾아나서는 말도 안 되는 일에 뛰어든다.



 더 큰 문제는 구리바야시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생물병기를 담은 보관 용기는 섭씨 10도 이상이 되면 깨지는데다 방향탐지 발신기에 탑재된 배터리는 일주일밖에 버티지 못한다. 일주일 안에 용기를 찾지 못하면 초미립자로 가공된 탄저균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대재앙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퍼즐 맞추기는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욕망이 개입해 얽히고 설키며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독자의 긴장도 고조된다. 만능 스포츠맨이자 스노보더인 작가가 그려내는 설원의 추격전은 스키어나 스노보더가 아니더라도 빠져들 만큼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백야행』이나『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전작에서 가족과 인간의 문제, 선과 악의 문제를 파고들며 ‘사회파 작가’로 불리는 그의 진지한 문제 의식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쉽다. 게다가 스키장 폭탄 테러 협박 사건을 둘러싼 추격전을 다룬 장편소설 『백은의 잭』과 이번 신작이 닮아 있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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