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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프런티어 … "난 영화 찍는다" 현장 누비는 할매

충남 서천군 농산물 직거래 협동조합 ‘서툰농부들’ 조합원들. 이들은 개업 석 달 만에 4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천=프리랜서 김성태]


은퇴자에게 일은 필수다.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는 일자리는 지속성이 떨어진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면 창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형 창업’은 특히 그렇다. 누군가 도와주면 훨씬 수월해진다. 그게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다. 정부가 지난해 7월 협동조합 이사장 74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0대 이상이 149곳이나 됐다. 이런 지원을 받고 어엿한 기업을 창업한 실버 사장님이 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거나 벤처정신을 발휘하기도 한다.

중앙일보 갑오년 어젠다 … 노인이 행복한 나라
젊은이만 창업하는 것 아니다
연예인도 찾는 통영 '할매 바리스타' … SNS 탄 농산물 직거래 '서툰 농부들'
"바쁘고 신나고 … 오래 살다 보니 출세"



 “세상 오래 살다 보니 출세했죠. 정신 없이 바쁘니 신이 납니다.”



 공기업에 30년 근무하다 은퇴한 최광진(60)씨는 3개월 전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지난해 9월 또래 5명과 함께 농산물직거래 협동조합 ‘서툰농부들’을 열었다. 충남 서천군에 귀농한 지 1년반 만이다. 2일 찾아간 이 회사 사무실에선 농산물 포장이 한창이었다. 멸치·쪽파·쌈채소·계란 등을 담아 전국으로 배송한다. 콩과 마늘은 1000평 남짓한 밭에서 직접 수확한 것이다. 석 달 만에 4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 달에 100만원만 벌자던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 10년 전 앓기 시작한 당뇨·고혈압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최씨는 “출퇴근 시간과 휴일 없이 일하지만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창업할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두려움이 더했다. 이 장벽을 극복하게 해준 게 인터넷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석 달간 일주일에 세 번 서천군이 개설한 인터넷 마케팅 운영 수업을 듣고 블로그·페이스북·온라인쇼핑몰을 배워 문을 열었다. 하나 둘 방문자가 늘면서 주문도 따라 증가했다. 최씨는 “올해 억대 매출을 기대해 볼 만하다”며 웃었다.



 대기업이 나서 실버벤처 협동조합 창업을 돕기도 한다. KT가 육성한 사회적협동조합 ‘드림드림’이 그것이다. 지난해 12월 초 설립인가를 받았다. 140명의 은퇴자에게 2~3개월 ICT를 교육해 이들이 다른 노인에게 ICT를 전수하고 은퇴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동영상 제작 사회적 기업인 ‘은빛둥지’의 윤아병(75·여)씨는 영화감독이다. 경력 10년의 베테랑이다. 윤씨는 지난해 이 회사의 최고령 멤버인 변영희(91·여) 회장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 ‘나이야, 가라’를 찍었다. 이 영화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한 제 1회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윤씨는 “젊은이들한테는 화려한 기술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세월의 이야기가 있다”며 “영화 찍고,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벌고,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김상겸(68)씨는 5년 전 주요 오픈마켓과 개인쇼핑몰을 통해 1000여 개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 CEO로 변신했다. 한 달 매출은 400만원 정도로 많지 않지만 조금씩 늘고 있는 데 보람을 느낀다. 김씨는 “큰돈을 벌진 못해도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경남 통영 동피랑마을에서 ‘할머니 바리스타’ 카페를 운영하는 박부임(63·여)씨는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 카페 손님이 사진을 찍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돕는다. 일종의 인터넷 마케팅이다. 박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이렇게 먼 구석까지 나를 보러 온 연예인도 있다”고 자랑했다. 2000원짜리 커피를 하루에 100잔 넘게 판다.



 한양대 한현수(경영학) 교수는 “노인은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들이 ICT를 받아들여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창업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가구회사 출신인 송항섭(66)씨는 친환경 어린이 가구 제작 사회적 기업 창업 준비에 한창이다. 정부로부터 창업준비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는 “아이들에게 질환을 일으키지 않는 가구를 만들어 빚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최재성(사회복지학) 교수는 “ICT를 활용해 창업을 하고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노인을 발굴해야 개인과 국가의 복지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이서준·정종문·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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