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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남측에 주도권 뺏기자 시기 조절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자신의 30회 생일인 8일 평양체육관에서 미 프로농구협회(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 일행과 북한 횃불팀의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부인 이설주는 이날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등장했다. 이례적으로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도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9일 우리 측의 설(31일) 계기 이산상봉 협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새해 남북관계의 주도권 잡기 성격이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방식대로 상봉문제가 풀려갈 경우 자칫 남측에 끌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는 얘기다. 결국 사흘간의 고심 끝에 우리가 제안한 적십자 실무접촉(1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을 하루 앞두고 ‘일단 거부’ 입장을 우리 측에 알려왔다.

이산상봉 협의 제안 거부 왜
격렬한 대남비난은 안 해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도
설 이후 역제의 가능성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를 강조한 것도 북한 측으로선 부담일 수 있다. 뭔가 후속 조치를 통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어야 하는데 상봉카드를 받아들일 경우 남측에 선수를 빼앗긴 형국이 된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상봉 협의를 거부하며 보내온 대남 통지문에서 “원래 흩어진 가족·친척의 상봉은 지난해 우리(북)에 의해 제기돼 실행단계로 갔던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이런 속내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은 상봉 협의 거부의 이유로 남측 당국과 언론 등이 대북 비판 여론을 제기한 걸 내세웠다. 또 우리 군당국의 동계 군사연습을 “총포탄을 쏘아대며 전쟁연습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신년회견에 대해 “우리 내부문제까지 왈가왈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종북소동을 벌이지 마라”는 등의 내정간섭적 언급을 노골적으로 했고, 북한군도 동계훈련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상봉 논의를 회피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거부로 설 명절에 맞춘 이산상봉은 일단 어렵게 됐다. 하지만 상봉카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 북한이 상봉 자체를 걷어찬 게 아니라 이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부한 것이란 게 통일부의 판단이다. 인도적 문제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 미루는 건 북한에 부담이다. 지난해 추석을 전후한 상봉에 합의해놓고 성사 나흘 전인 9월 21일 일방적으로 연기한 게 북측이란 측면에서다. 당시 개성공단 재가동만 챙기고 상봉은 깨버렸다는 비난을 북한은 감수해야 했다.



 김정은의 신년사 여파인 듯 북한은 대남 전통문에서 극렬한 대남 비난은 피했다. 이를 두고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담당 비서 등 대남라인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성택 처형 이후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의 대남 유화 제스처와 궤를 같이하는 남북관계 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대남 전통문이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앞으로도 우리는 북남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끝맺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북측의 태도 변화를 마냥 기다릴 수만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새해 첫 대북 화두로 이산상봉을 제시하자 통일부는 5시간 만에 대북 전통문을 보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상봉 문제를 ‘남북관계의 첫 단추’로 표현했다.



 북한은 전통문 말미에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러면서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게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 정부는 한·미 합동군사연습 등을 자제해달라는 요구 로 보고 있다. 또 ‘북측 제안’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를 의미하는 것이란 얘기다. 결국 북한은 설 명절을 보낸 후 자기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이산상봉을 제안하면서, 상봉장인 금강산에서 관광재개 문제도 병행 논의하자는 쪽으로 제안해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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