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소처럼 미련, 마애불처럼 의연 … 다시 만나는 박수근

박수근이 1964년 그린 ‘귀로’(16.4×34.6㎝). 보따리 이고, 아이 앞세우며 집으로 돌아가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갯벌색 바탕, 가지만 앙상한 나무를 배경으로 따스하게 펼쳐진다. 돌아가고픈 옛 고향 같은 그림, 박수근을 ‘국민 화가’라고 칭하는 이유다. [사진 가나인사아트센터]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다. 다채롭지 않다. 나는 가정이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탄생 100주년 맞아 회고전
유화·수채 등 120여 점 모아
빨래터·소녀 … 가난한 일상 그려
추억같은 화폭으로 우리를 위로



 그림같이 소박한 말을 남긴 박수근(1914~65) 화백, 우리 근대 미술의 전설이 됐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렇게 상찬한다.



 “화강암에 새겨진 마애불과 같은 느낌이다. 마애불과 같은 거룩하고 의연한 인간. 다만 바위가 아닌 캔버스이고, 부처가 아닌 서민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시장은 수치를 들이댄다.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45억 2000만원에 낙찰된 ‘빨래터’), ‘호당 평균가 2억 9917만원으로 최고치’(2013년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이 그렇다.



 그러니까 박수근은, 소박하고 서민적인 그림을 남긴 ‘국민 화가’인 동시에 국내에서 그림 값이 가장 비싼 화가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17일부터 3월 16일까지 서울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다. 유화 90여 점, 수채화·드로잉 30여 점 등 총 120여 점이 한데 보인다. 그림 값의 고공행진으로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박수근의 진면목을 한자리서 감상할 기회다. 그간 화집으로만 볼 수 있었던 ‘시장 사람들’(1950년대)과 ‘노인과 소녀’(1959년), ‘귀로’(1964년), ‘고목과 행인’(1960년대) 등도 전시된다.



박성남씨가 다섯 살 때 아버지 박수근이 그려준 초상화를 들고 있다. 1·4 후퇴 때 극적으로 가족과 재회한 뒤 그린 거라 했다. [사진 가나인사아트센터]
 강원도 양구 태생의 그는 양구공립보통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 18세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했고, 결혼 후 미8군 PX에서 초상화 그리는 일로 생계를 꾸렸다. 5남매를 낳았으나, 이 중 둘은 유년을 넘기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혼란상 속에서 어려운 이웃의 일상을 화폭에 담았다. 윗집 기름장수, 포대기에 동생을 업은 큰딸, 길가에 주저앉아 소일하는 아이와 노인들…. 당시로선 지겹도록 흔히 볼 수 있었을, 그래서 누구도 그리지 않았던 우리의 지난 시절이 추억처럼 질박한 화면에 펼쳐진다. 생활은 늘 곤궁했고, 화가로서 이름을 떨치지도 못한 그다. 백내장 수술을 제때 못 해 49세에 왼쪽 눈을 실명한 뒤에도 계속 그림을 그리다가 51세에 간경화 악화로 세상을 떴다.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 그의 마지막 말이다.



 사후에야 뜨겁게 조명받는 박수근, 그에 대한 가족의 기억은 어떨까. 아들 성남(67)씨는 “소처럼 미련하고 흙처럼 소박한 우리 아버지가 화폭 위에 입혔던 질박한 마티에르 하나하나가 우리 식구에겐 쌀과도 같았다”고 돌아봤다.



 전시는 2010년 갤러리현대에서 마련한 ‘박수근 45주기 기념전’ 이후 4년만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두 전시 모두 화랑이 나서서 국내외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작품을 모았다. 박성남씨는 “서민의 일상을 그렸던 아버지의 그림들이 추후 공공기관에 기탁돼 여러 사람이 쉽게 보고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1월 17일부터 3월 16일까지 서울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 유화 90여 점, 수채화·드로잉 30여점 등 총 120여 점이 출품된다. 오전 10시∼오후 7시, 수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 입장료 성인 1만원, 초등생 6000원. 19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24일 아들 박성남씨(화가), 2월 22일 윤범모 가천대 교수의 특강도 마련됐다. 02-736-1020.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