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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응원한다 서른아홉 그녀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에 두 엄지 추켜올리며 응답하지 못했던 건 콤플렉스 때문인지 모르겠다. 나정이만큼 찬란한 청춘의 기억을 가졌을 리 없거니와, 그보다 더 위화감을 느꼈던 건 매회 처음과 끝에 등장했던 20년 후 주인공들의 모습. 스무 살에 만난 첫사랑과 결혼해(가련한 칠봉씨 빼고) 그런대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그런대로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안정을 찾은 마흔 즈음의 삶. 여유 있는 표정으로 소파에 느긋이 기대앉은 그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저건 ‘메이저리거’와 ‘의사 오빠야’의 구애를 동시에 받는 화려한 스무 살보다 더한 판타지가 아닌가.



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사진 JTBC]
 6일 시작한 JTBC 월화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우사수)’를 보며, 나처럼 생각한 이가 또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1995년 대학에 들어가 올해 서른아홉이 된, ‘응사세대’ 세 여자가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열아홉엔 설레었고, 스물아홉엔 ‘여유롭고 지혜로운 30대’를 꿈꿨지만 막상 도착한 서른아홉은 여전히 불안하고 서툴다. 이혼 후 열 살 아들을 키우는 정완(유진)은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이고, 미혼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선미(김유미)는 여자로서의 인생이 곧 끝날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시달린다. 알 만한 집으로 시집가 부와 명예를 얻은 지현(최정윤) 역시 상류층 시댁의 숨막히는 분위기에 허덕이는 중이다.



 다소 극단적인 설정임에도 또래 여자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소한 묘사들이 빛난다. 친구끼리 만나면 “누가 우리를 서른아홉으로 보겠냐”며 서로의 동안(童顔)을 칭찬하기에 여념 없지만, 문득 느낀다. 20대엔 “어려 보인다”는 게 이토록 기분 좋은 문장인지 몰랐다는 걸. 한때 비슷한 출발선에 있었지만 어느덧 다른 트랙으로 들어선 친구 사이의 미묘한 시기심과 연민도 실감나게 그려진다. 여자 심리묘사에 탁월한 김윤철 감독(‘내 이름은 김삼순’,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과 박민정 작가(‘막돼먹은 영애씨’) 콤비의 내공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 현실의 서른아홉들이 ‘안 생겨요’의 굴레를 헤매는 것과 달리 이들 주변에는 갑자기 괜찮은 남자들이 우글대기 시작했다. 잘나가는 싱글 영화감독에 매너 좋은 이혼남, ‘나만 바라보는’ 연하남까지. 이 또한 판타지임을 알면서도, 부디 그녀들이 ‘사랑할 수 있기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서른아홉, 안정은 없는 대신 가능성은 남아있다 믿고 싶으니까. 그리고 다행히, 아직은 1월이니까.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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