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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독일에서 배우자 - 연합정치(2)

박명림
연세대 교수
베를린자유대 초빙교수
국가 정치를 담당할 정부 구성 절차가 독일에서는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일반 의회민주주의 국가들과 같다. 첫째는 민의를 확인하는 선거며, 둘째는 선거 이후 각료 배분과 정책 선택 절차다. 첫째 단계는 다른 민주주의 체제들과 동일하게 정당들이 국민의 최대 지지를 얻기 위해 상이한 정책을 갖고 최대 노력을 경주한다.



 문제는 둘째 단계다. 이때 발휘되는 독일 정치의 양보와 타협 역량은 예술의 수준에 가깝다. 그것은 민주정부를 구성하는 핵심 요체인 인사와 정책 모두에서 그러하다. 주요 정당들은 국민의 지지를 초월하는 권력을 추구하지 않을뿐더러 종종 국민의 지지보다 적은 권력 배분을 수용하기까지 한다. 권력을 ‘실체’가 아니라 ‘관계’로, ‘군림’이 아니라 ‘책임’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권력을 실체로 볼 때 정치인과 정당들은 독점과 배타적 장악을 추구하나, 관계로 볼 때는 분산과 공유를 추구한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책임정치는 권력 독식과 독점이 아니라 분산과 공유로부터 발원하기 때문이다.



 즉 연합정치와 공동책임은 권력 나누기의 산물이다. 권력은 독점될 때보다 분산될 때 훨씬 더 넓게 작동된다. 또 선거 시점의 지지 범위를 넘는 권력 행사와 정책 선택 역시 당선 이후 연합정치와 공통정책으로부터 산생된다. 권력 나누기에 대해 권력 나눠먹기라는 편견 아래 권력 독점을 추구해 온 한국사회가 깊이 성찰해야 할 요소인 것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한 독일 연합정치의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효과가 아니더라도, 타협과 연합정치는 오늘의 한국 현실 및 국가 과제를 위해 절박한 측면이 존재한다.



 첫째, 극단적인 정책 대립과 사회 갈등 때문이다. 연합정치는 경쟁하는 정당을 타도와 배제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권력투쟁을 크게 완화시킨다. 나아가 반대 당 인사와 정책을 수용해 정책 및 이념갈등의 지표는 크게 낮추고 정치공방과 언어의 품격은 높아진다. 또 정치 본래의 역할을 회복해 사회 분열을 극복할 통합의 단초를 놓게 된다.



 둘째, 민주화 이후 정부 실패의 반복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세력의 강력한 저항은 정책 성공의 가능성을 낮춤은 물론 갈등의 전국화·전사회화를 통한 국가갈등지표를 최고도로 끌어올렸다. 민주정부들 역시 실패를 반복했다. 그러나 타협과 연합은 정부와 정책의 실패 가능성을 줄인다. 상호 조정·교환·연합을 통한 공통 해법을 추진할 경우 정책 및 정부 성공의 가능성은 높아지는 반면 분열과 갈등은 낮아진다.



 셋째, 한국에서 의회민주주의의 본연인 민의 대변과 대의정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의회민주주의는 정당정부·의회정부를 통한 민의정치·정당정치·의회정치를 말한다. 그러나 정당과 의회가 분열하고 문제 해결에 실패할수록 검찰·경찰·사법·정보기구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민주주의는 위축된다. 반면에 타협과 연합을 통해 선거·정당·의회로 구성되는 대의기구가 정치를 주도하면 관료국가·경찰국가·사법국가가 아닌 시민국가·민주국가·의회국가가 된다.



 넷째, 현재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이념적 양극화로 인한 초고 갈등은 특정 단일정당과 관료기구의 능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연합 역량을 통한 공통의 대안 제시와 체제 전환의 모색이 절실하다. 전전의 영국·스웨덴·미국, 전후의 독일·핀란드·네덜란드 사례들은 타협 또는 연합을 통한 국가 위기극복과 체제발전·체제전환의 성공 경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민주화 이후 근본적인 사회경제 개혁과 복지체제 전환은 고사하고, 최소 성장동력 발굴과 국민 통합요소 제시조차 실패하고 있는 최근 정부 사례들은 한국 정치의 필수요소를 분명히 시사한다.



 끝으로는 북한·통일문제 때문이다. 지금처럼 북한 문제를 둘러싼 극심한 내부 이념갈등 상황에서는 일관된 대북정책과 합의된 통일정책의 수립은 불가능하다. 국제질서 격변이나 북한 급변사태에 대처할 수도 없다. 독일 통일은 국내 타협정치와 연합정치가 국제질서 변동 및 동독 급변사태를 맞아 양독 차원으로 확산된 효과였다. 즉 민주체제의 내부 타협과 연합 역량이 양독연합과 통일의 전제조건이었다. 연합정치를 통해 수구꼴통과 친북좌파, 반북과 종북의 내부 상극구도를 넘지 않는다면, 전혀 다른 이념과 체제를 갖는 북한과의 통일은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능의 예술로 불리는 정치가 자기 역할을 다할 때 현안은 해결되고 갈등은 완화되며 국가는 발전해 시민들은 비로소 안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타협과 연합을 통한 한국 정치와 한국 사회의 일대 도약을 희구하고, 또 실현하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베를린자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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