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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조수미·신영옥 국제무대 … 오페라 '리골레토'로 데뷔

오페라 `리골레토` 무대에 오른 조수미.
“리골레토는 자신이 지닌 삼중의 비극 때문에 자신을 더욱 더 악하게 만든다. 그가 지닌 삼중고는 장애인이자 불행한 인간이요 광대라는 점이다. 겉으로 그는 공작에게 아첨하지만 실제로는 증오하며 그것은 그가 단지 공작이기 때문이다. 그는 귀족들은 귀족이기 때문에 미워하고 서민은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미워한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귀족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고 강한 자를 이용해 약한 자를 파멸시키는 것이다.”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원작인 희곡 ‘방탕한 왕’을 쓴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가 극중 주인공인 리골레토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처절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라 트라비아타’나 ‘일 트로바토레’보다 더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이유는 소프라노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우리나라 성악가의 음성에 어울리는 아리아들이 많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소프라노 조수미나 신영옥도 모두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역으로 세계무대에 데뷔했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눈물을 흘리며 웃는 얼굴로 남자를 속이는 여자의 마음.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은 변합니다. 그 마음 어디에 둘 곳을 모르며 항상 들뜬 어리석은 여자여. 달콤한 사랑의 재미도 모르며 밤이나 낮이나 꿈 속을 헤맨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은 변합니다. 변합니다. 아 변합니다.”



 여자들이 들으면 몹시도 기분 나쁠 가사다. 리골레토에 나오는 아리아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여자의 마음’에서 갈대로 번역된 ‘piuma’는 사실은 갈대가 아니라 ‘새의 깃털’ 정도로 번역해야 옳은데 누군가가 갈대로 번역한 이래로 굳어지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대중가요 ‘갈대의 순정’에서는 사랑 때문에 우는 사나이의 순정을 갈대에 비유했지만 리골레토에서는 흔들리는 여자의 마음을 갈대(새털)에 비유한 것이 흥미롭다.



제3막에 등장하는 이 아리아는 호색한인 만토바 공작이 군복 차림으로 자객 스파라푸칠레의 주막에서 의기양양하게 부르는 노래다. 그날 저녁에 흐뭇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면서 만토바 공작은 ‘여자의 마음’을 한 번 더 부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골레토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다 죽어가는 딸 질다가 든 자루를 메고 갈 때에도 공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이 멀리서 들려오니 이 아리아는 한 막에서 세 번이나 반복해 노래되는 셈이다.



간결하면서도 힘찬 테너의 아리아로 초연 당시부터 세상에 삽시간에 퍼졌던 이 노래는 테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부르지만 결코 쉽게 제 맛을 낼 수 있는 곡은 아니다.



1998년 파리 월드컵을 앞두고 에펠탑을 배경으로 설치된 야외무대에서 피날레 곡으로 선택한 이 곡을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가 함께 부르며 마지막 대목을 약간의 시차를 두며 멋을 부린 장면이야말로 가히 으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0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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