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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개 강의가 스마트폰 안에 … 디지털 캠퍼스 구축"


“한국 사회에 고착된 대학 서열이 깨지고 있습니다.” 김준영(63) 성균관대 총장은 이런 말부터 꺼냈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중심으로 매년 순위가 변하는 미국처럼 국내 대학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18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 김 총장은 “지난 10여 년간 성균관대는 대학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왔다”며 “2020년까지 아시아 톱 10, 세계 50위권 대학이 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딩 대학’을 목표로 내건 그는 학문 간 융·복합과 산학협력 강화,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한 ‘소프트파워’ 확보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연구와 교육 두 분야 모두에서 최고의 대학을 지향한다는 그를 7일 서울캠퍼스 총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글로벌기업 BASF 연구소 국내 첫 유치

 - 2011년 취임 때 ‘SKY(서울·고려·연세대)’로 굳어진 대학 구도를 깨겠다고 했는데.

 “이미 국내외 대학평가 순위를 보면 큰 바위처럼 오랫동안 박혀 있던 대학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유명 대학들의 평가 결과를 보면 매년 랭킹의 지각 변동이 크다. 톱 10에 있던 대학이 30위권 밖으로 밀리기도 하고 그 반대로 되기도 한다. 우리도 명문 대학들이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 성균관대의 발전을 이끈 동력은 뭔가.

 “변화와 혁신의 DNA다. 좋은 학생만 들어오는 학교가 아니라 그 학생들을 잘 키워내고 교수의 연구 역량을 높이는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화와 산학협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도 갖췄다. 이런 노력이 대학 사회 전체의 개혁 바람을 일으키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본다.”

 - 특히 연구 분야와 산학협력 부문의 성과가 뛰어나다.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수가 2010년 2782건에서 2013년 3557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논문당 피인용 횟수도 5.2건으로 국내 대학 중 1위다. 산학협력 연구 수익이 646억원(2012년)으로 서울대에 이어 2위다. 보유하고 있는 특허만 1699건이고 해외 특허도 175건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성균관대는 자연과학캠퍼스(수원)에 글로벌 기업인 바스프(BASF)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했다. 화학 재료 및 반도체, 유기 전자 소재 등 연구를 진행한다. 독일에 본사를 둔 바스프는 연 매출이 9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화학기업이다.

 - 바스프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나.

 “올해만 50여 명의 바스프 연구진이 파견되고 수백억원이 투자된다. 우리 교수들과의 공동 연구로 산업에 바로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학생들의 인턴십 활동도 예정돼 있다. 글로벌 기업의 아태 지역을 총괄하는 연구소를 유치한 것은 국내 대학으론 처음이다. 성균관대는 단순히 학문을 위한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연구가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센터 만들어 교수 강의법 개발 도와

 - 융·복합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 는데.

 “지난해 5월 학문 간 융·복합 연구를 위해 성균융합원을 설립했다. 인문학과 공학·디자인을 융합한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IT와 과학·인문학이 복합된 휴먼ICT융합학과 등 ‘통섭’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기술을 인간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철학적 문제까지 함께 연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학부와 대학원에서 3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 청년실업이 문제인데 성균관대는 4년제 대학 중 취업률(69.3%) 1위다.

 “2년 연속 1위다. 기업에서 성균관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졸업생들이 능력과 인성을 함께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인들을 만나 보면 인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우리 학교 교시인 것처럼 인성교육은 성균관대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공계·의학계열을 포함한 모든 학생은 1년 동안 『논어』 교육을 받는다. 모든 학생이 일정 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

 - 교수 교육역량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는.

 “교육개발센터를 만들어 교수들에게 다양한 강의법을 지원하고 있다. 인문학·공학 등 학문 분야별로 강의법을 연구해 교수들에게 시연하면 교수들이 이를 접목해 새로운 강의법을 개발한다. 2010년부터는 디지털 강의실을 구축해 지난 학기엔 3000여 개 강의 중 500여 개를 녹화해 공개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언제든지 복습할 수 있다. 현재 6000여 개 강의가 데이터베이스(DB)화돼 있고 강좌당 한 학생 평균 10.5회씩 시청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4월 사립대총장협의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21세기엔 사립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대학 구조조정을 앞두고 국내 대학들이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하는 총장 “학생과 소통이 큰 힘”

 - 국립대와는 다른 사립대만의 역할은 뭔가.

 “1960년대까지 미국은 주립대 중심이었다. 그러나 1970~80년대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한 사립대의 혁신이 미국 대학의 지형을 바꿨다.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을 바탕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지금처럼 변화의 파고가 깊고 높은 시기엔 국립대보다 사립대가 대학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

 - 대학 구조조정이 화두다.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보다 적어지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점으론 성공하기 어렵다.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구조조정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대학 자율성과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

 - 앞으로 성균관대가 추구할 방향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파워’도 강한 대학이다. 양적인 지표에서만 앞서는 대학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철학을 선도하는 대학이다. 능력도 있으면서 겸손할 줄 알고 또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성숙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리딩 대학’으로서 사회의 존경을 받는 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불었다. 학생들의 고민을 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청년실업 등 불확실성에서 오는 반작용으로 학생들의 불안한 심리가 대자보를 통해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미래 사회를 책임질 대학생들이 좀 더 폭넓게 사회를 이해하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

 - 총장인데도 매주 강의를 하는데.

 “총장 이전에 교수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의하면서 학생과 소통하는 게 총장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만난 사람=김남중 사회1부장
정리=윤석만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김준영 총장=1951년생.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경동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대학 3학년 때 14회 행정고시에 합격, 당시 내무부와 재무부에서 3년간 근무했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89년부터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교무처장, 기획조정처장, 부총장을 거쳤다. 2011년 총장 취임 후에도 매 학기 강의해 학생들 사이에선 ‘소통’하는 총장으로 불린다. 저서인 『거시경제학』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독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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