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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수발 못 받는 치매노인 29만

슈퍼주니어 이특의 아버지·조부모 사망 사건은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 이를 따르지 못하는 사회보장 체계가 낳은 비극이다. 이특 가족만의 얘기가 아니라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우리들의 얘기다.

 경기도 성남시 한정희(55·여)씨는 지난해 가을 요양원에 있던 남편의 손을 잡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한씨는 다량의 수면제를 들고 있었다. 10년째 치매환자인 남편은 아무 말도 못하고 아내를 쳐다봤다. “같이 죽자고, 약을 먹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남편의 눈이 너무 불쌍한 거예요. 차마….” 한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이 발이 너무 아프다고 해서 살폈더니 발톱이 빠지고 없었다. 2년간 폭력의 흔적이었다. 요양원에 항의했지만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순간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극단적인 생각을 한 것이다. 한씨는 남편의 치매 초기엔 방에 가둬놓고 일을 나갔다. 그것도 오래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요양원에 맡겼더니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한씨는 정신과의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 한씨는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 최모(69·여)씨 부부는 청각장애인이다. 최씨는 5년 전 암 수술을 받고 그동안 한 번도 병원을 안 갔다. 수화(手話)가 가능한 병원이 별로 없어서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서울시 북부병원 의료진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왔다. 위암이 재발해 온 몸에 암세포가 퍼진 상태였다. 최씨의 남편은 아내가 속이 안 좋으려니 하고 예사로 여겼다. 최씨는 손쓸 수 없는 상태여서 병원으로 온 지 보름 만에 세상을 떴다.

 두 사례는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다. 한 해에 의료비로 100조원을 지출하지만 이들을 비껴갔다. 지난해 기준으로 치매환자는 57만6000명이다. 이 중 장기요양보험·인지능력교육 등 어떤 형태로든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47만6000명이다. 10만 명은 최경증이어서 아직은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 47만6000명 중 요양보험 혜택을 보는 사람은 18만7000명으로 28만9000명이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정부는 올 7월 특별등급을 신설해 5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그래도 24만 명가량이 제외된다.

 치매는 완치가 안 된다.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경증일 때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대구시 달서구 상록수 노인복지센터 김후남 관장은 “경증 환자의 일부는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집 밖으로 끌어내 인지재활 프로그램 등의 훈련을 받게 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특의 할아버지는 경증 치매환자였다. 군산대 엄기욱(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 장기요양제도가 노인의 5.8% 정도만 보호하는 데 그쳐 보장 수준이 너무 낮다. 10% 정도까지는 끌어올려야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이 비율이 11%, 스웨덴은 17%에 달한다.

 치매환자만 방치된 게 아니다. 루게릭·근육병 등 희귀질환 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뇌질환을 앓는 식물인간 등 10만 명 이상의 중증환자가 국가 지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7만3000명에 달하는 재가(在家) 암환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포함하면 46만 명의 환자가 벼랑 끝에 놓여 있다. 권용진 서울시북부병원 원장은 “기존의 복지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복지와 의료가 결합해야 한다”며 “지역의 공공병원이 커뮤니티의 중심이 돼 치매 등의 방치된 환자를 적극 발굴해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박민제·김혜미·이서준·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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