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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내가 책임" 혼자 끙끙대다 우울증

충남 천안에 사는 임모(74·여)씨는 지난해 10월 치매에 걸린 남편에게 “바람 쐬러 가자”며 집을 나섰다. 나갈 때 함께였지만 집으로 돌아온 건 임씨 혼자였다. 그의 남편은 지금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에 있다. “결혼 앞둔 딸 월급으로 셋이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요양시설·요양병원에 월 100만원 넘는 돈을 낼 수 없었어요. 싼 곳을 알아보다 보니 정신병원밖에…. 제가 죄인입니다.”

 남편의 치매는 10년 전 시작됐다. 그 이전에 뇌출혈로 뇌수술을 받은 남편을 7년 동안 임씨가 간병해왔다. 치매는 뇌수술을 받은 남편 간병과는 차원이 달랐다. 남편의 폭력과 폭언은 갈수록 심해졌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며칠 전에는 임씨에게 뜨거운 물을 끼얹고 목에 칼을 들이대기까지 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소개받고 지난해 11월 신청서를 냈다. 심사를 받던 날 남편이 평소와 달리 얌전했다. 이 때문에 대상자에 들지 못했다. 요양보험 서비스 대상이 됐으면 요양시설에 갔을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임씨는 정신병원을 택했다. 임씨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숨을 쉬어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최근 치매지원센터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수면제라도 없으면 잠을 못 잘 정도의 중증이다.

 치매 환자 가족들은 “치매는 천벌보다 더한 형벌”이라고 호소한다. 강모(29·여·서울 강남구)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지금까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 소득이 없어 기초수급자가 됐다. 한시도 어머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어머니가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가 귀가하면 어머니는 온몸에 멍이 든 채 방에 쓰러져 있곤 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두 차례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낮 시간에 어머니를 맡기는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강씨는 “몇 시간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게 누군가가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병기간이 길어지면 가족들의 육체와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다. 긴 병에 효자가 없게 된다. 김삼신(75·서울 양천구)씨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3년간 돌보다 기력이 뚝 떨어졌다. 아내가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하루도 잠을 편히 잘 수 없다. 김씨는 “매일 악몽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치매센터의 가족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균범(79)씨는 “치매에 걸린 가족을 돕다 자기가 병을 얻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자녀가 간병할 경우 부부나 형제 관계가 파탄 나는 경우가 많다. 하소연할 데가 없어 끙끙대다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다.

 전문가들은 가족의 고통을 덜어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독일은 치매환자 가족들이 정기적으로 환자와 떨어져 쉴 수 있도록 장기요양 휴가제도를 운영한다. 군산대 엄기욱(사회복지학) 교수는 “주간이나 야간에 치매환자를 봐주는 시설이 절실한데 우리는 이런 서비스 공급자가 별로 없다”며 “이런 서비스가 늘어나도록 인센티브(적정 수가 보장)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단기보호시설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박민제·김혜미·이서준·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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